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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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로 악명높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다음 투자 대상으로 일본의 종합상사 스미토모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걸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스미토모 지분 수백억엔 어치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일본 증시에 공시되지 않은 내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6일 스미토모의 종가(3909엔)를 감안할 때 엘리엇이 100억엔만 투자해도 지분율 0.2%를 확보하게 된다.

엘리엇은 스미토모 지분을 매집한 뒤 경영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을 위한 조치다. 과거 소프트뱅크그룹, 도시바, 삼성전자 경영에 개입한 것처럼 스미토모에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전략이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엘리엇은 이미 스미토모를 상대로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방식을 공유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엘리엇'의 다음 타깃은…버핏이 투자한 日 스미토모
스미토모 종합상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매입한 일본 상사 중 하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 8월부터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각 5% 이상씩 매수했다. 지난해에도 지분율을 늘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스미토모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종합상사 지분도 9.9%까지 늘릴 예정이다.

버핏이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본 종합상사 주가가 급등했다. 스미토모 주가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 매입을 공시한 뒤 올해 4월까지 약 3배 이상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만 27% 치솟았다. 일본 주식 매수세가 가팔라지면서 엘리엇이 스미토모 사냥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엘리엇이 스미토모를 인수한 또 다른 배경엔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이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을 상대로 재무제표 관리를 개선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가치 개선을 명분 삼아 일본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

종합상사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2월 미쓰비시는 자사주 중 10%를 5000억원에 매입했고, 이토추는 이달 들어 약 1500억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엘리엇은 최근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미쓰이 후도산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시가총액 4조 8000억엔 규모로 일본 종합상사 중 4위인 스미토모에도 엘리엇이 주주 가치 개선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스미토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다. 동종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수치를 빌미로 경영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미쓰이 후도산도 엘리엇이 지분을 인수한 지 두 달만에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다"며 "엘리엇이 지분을 보유한 다이니폰 인쇄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것처럼 스미토모도 주주 가치 개선이 적극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