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3일 전기자동차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큰 폭의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 제품에 별도 조치를 하겠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국산 제품이 우회로를 통해 낮은 관세로 자국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관세 인상) 조치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관한 것”이라며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제품의 수입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이런 유형(중국 밖에서 만들어지는 중국 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USTR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한 멕시코는 중국이 자국 전기차를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우회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와 무역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중 관세 장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멕시코 등에서 옮겨 싣거나 해당 국가에서 막판 가공 과정만 거친 중국 제품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 샤크 출시 행사를 연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등을 겨냥하고 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신차를 출시한 BYD는 최근 현지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등 멕시코를 북남미 수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냥 둘 수 없다’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전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대폭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타이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주 내놓겠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불공정하고 반경쟁적인 자체 규칙 속에서 게임을 해 왔다”며 “불공정 관행에는 해킹 등을 통한 불법 기술 이전, 노동권 억압, 저가 공세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공정 경쟁을 쟁취하고 중국의 불공정 행위로부터 우리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 견제에 날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시 주석이 “중국을 왜 부당하게 대우하느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서 사업하길 원하면 중국 측 기업(합작 파트너)이 51%의 지분을 가져야 하고 해당 외국 기업의 모든 지식재산에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이렇게 하고 싶으냐(중국 기업이 같은 대접을 받기를 바라느냐)”고 답했고, 그러자 시 주석이 침묵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한다”며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워싱턴DC 무역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특파원간담회에서 이번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 기업에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