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이달 중 완료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정부조달시장 개방 확대를 목표로 한 개정 GPA가 최종 채택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43개 회원국이 비준절차를 진행 중인 데 따른 것이다. 회원국의 3분의 2가 수락하면 개정 GPA는 발효된다. 마침내 정부조달시장의 개방 확대가 임박한 것이다.

당장 철도시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개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현지의 한 기업인이 국내의 도시철도 관련 조달시장 개방을 질문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GPA 개정 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게 발효되면 철도시장의 진입장벽도 개선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철도를 외국에 내준 것인 양 공격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와 EU는 GPA 개정 협상에서 일반철도 및 도시철도 분야를 상호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만 말하지만 우리도 EU에 진출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EU 철도조달시장은 연간 600억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철도업계는 나갈 준비를 하기는커녕 안에서 KTX 경쟁도입 문제 하나 해결 못 한 채 첨예한 갈등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는 철도만이 아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우대한답시고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바람에 개정 GPA가 발효되기도 전에 공공시장이 속속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외국계 기업도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규제하겠다고 말하지만, 정부조달시장을 차별없이 개방해야 하는 마당에 그게 어디 가능한 소리인가. 개정 GPA가 발효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연간 800억~1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정부조달시장이 추가로 개방될 것이라는 게 WTO의 추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먼 얘기로 들린다. 지금이라도 정부조달시장의 진입제한을 없애는 동시에 밖에 있는 더 큰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