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가업 상속 공제’를 이번 기회에 손질해야 한다는 기업과 정치권의 주장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정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일반 상속인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속세 공제 한도를 일부 늘리는 내용이 들어 있는 정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개정안을 또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말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까지 가업 상속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업계가 요구하는 ‘매출 1조원 이하’는 물론 의원들이 요구하는 수준인 ‘매출 5000억원 이하’에도 못 미친다.

사후 관리 요건은 법 개정안에서 오히려 더 강화됐다. 상속 시점부터 근로자 수가 1년 단위로 매년 최소 80% 이상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로 들어갔다. 지금은 없는 규정이다. 그러면서 10년 후 고용 인원 100% 유지 항목은 그대로 뒀다.

정부는 ‘세금 때문에 가업을 잇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공제 혜택을 늘려주는 정책만 폈다. 1997년 상속세 소득공제 한도가 1억원으로 정해진 뒤 2008년 3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2009년 100억원, 지난해 3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공제 대상도 중소기업만 허용하던 것을 2011년 매출 15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 일부 중견기업을 포함시켰다. 올해부터 2000억원 이하로 다시 늘었다.

김 실장은 “가업 승계 시 세금을 감면받은 기업의 ‘사후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개정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