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개미'가 돌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한 기술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크리스 루크(45)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투자 자문사에 채권과 현금으로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채워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 자문사에 전화해 “주식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지 5년 만에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증시도 계속 오르자 더 이상 투자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펀드 전문 조사회사인 리퍼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주로 활용하는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올 들어 현재까지 76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뮤추얼펀드에서 451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크게 바뀐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2008년 S&P500지수가 37%나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후 증시를 떠났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몇 년간 증시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사이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뉴욕 증시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오른데다 올 들어 현재까지도 주요 지수가 모두 20% 이상 상승하자 주식에 다시 투자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개미의 귀환’은 약세장(베어마켓)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증시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