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생상품 '아찔한 추락'] 15개 vs 1619개…단출한 상품목록에 투자자 해외시장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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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자할 곳 마땅찮은 파생시장
코스피200 상품에 70% 집중
규제강화후 해외거래 19% 늘어
수요 흡수할 다양한 상품 필요
코스피200 상품에 70% 집중
규제강화후 해외거래 19% 늘어
수요 흡수할 다양한 상품 필요
9000만원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키움증권 고객 A씨는 올 하반기부터 해외 파생상품에 3000만원을 넣고 있다. A씨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정책(QE3)이 종료되면 글로벌 주식·환율·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헤지(위험회피)와 투자 목적으로 해외 파생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고 폭넓게 거래되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유로·달러 선물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침체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떠나 외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스피200옵션 거래비용이 5배 인상된 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 종류도 15개(주식선물·옵션은 각각 1개 상품으로 계산)에 불과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용이 저렴했던 탓에 ‘투기판’이란 오명까지 붙었던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은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로 간판만 남은 모습이다.
○해외파생상품 거래 증가 추세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파생상품 거래량은 1462만1992계약, 거래금액은 9828억626만달러다. 거래량은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44.6% 수준이고 거래대금은 지난해 총 거래대금의 82.61%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선물 거래량은 국내 파생상품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3275만9775계약)에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이 중 개인들의 해외선물 투자도 늘고 있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자의 95% 이상이 개인고객인 키움증권의 월평균 해외파생상품 거래량은 2011년 1만7154계약에서 작년에 3만9039계약으로 늘었고 올해(10월 말 기준)는 9만9049계약까지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거래대금이 2011년 전체 거래대금의 4배다.
○국내에선 다양한 수요 흡수 어려워
해외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 다양하지 못해서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은 15개에 불과하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CME(1619개) 유럽파생상품거래소(294개) 뿐만 아니라 신흥국 거래소인 인도상업거래소(134개) 브라질거래소(83개)에 크게 뒤처진다. 특히 CME, 일본도쿄거래소 등이 거래 단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미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미니금선물을 제외하곤 거래 단위를 낮춘 상품이 없다.
또 국내에 상장된 파생상품 거래의 대부분은 코스피200선물과 옵션에 집중돼 있다. 전체 파생상품에서 거래량(상반기 말 기준)이 가장 많은 대표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거래소가 69.81%로, 일본도쿄거래소(63.99%) 모스크바거래소(24.20%) 시카고상업거래소(14.78%) 유럽파생상품거래소(12.15%)보다 월등히 높다.
투자문턱을 높인 규제 탓도 크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코스피200옵션이나 통화선물 등을 거래하려면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국내 증권사를 통해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의 엔·달러 선물 1계약을 거래하려면 증거금 303만원에 계약당 8000원 정도의 수수료만 있으면 된다.
○다양한 상품 상장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다양한 파생상품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점 좌판을 깔듯 아무 상품이나 상장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수요조사·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상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파생상품을 상장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상장계획에 대해 ‘사전 검토’만 한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파생상품 규제 분위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신상품 상장의 ‘상’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새로운 파생상품 상장을 막은 적이 거의 없다”며 “다만 무분별한 상장보다는 투자자보호와 헤지·투자 수요를 감안한 순차적인 상장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석호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부장은 “순차적으로 상장돼 있는 파생상품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황정수/윤희은 기자 hjs@hankyung.com
국내 투자자들이 침체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떠나 외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스피200옵션 거래비용이 5배 인상된 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 종류도 15개(주식선물·옵션은 각각 1개 상품으로 계산)에 불과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용이 저렴했던 탓에 ‘투기판’이란 오명까지 붙었던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은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로 간판만 남은 모습이다.
○해외파생상품 거래 증가 추세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파생상품 거래량은 1462만1992계약, 거래금액은 9828억626만달러다. 거래량은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44.6% 수준이고 거래대금은 지난해 총 거래대금의 82.61%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선물 거래량은 국내 파생상품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3275만9775계약)에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이 중 개인들의 해외선물 투자도 늘고 있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자의 95% 이상이 개인고객인 키움증권의 월평균 해외파생상품 거래량은 2011년 1만7154계약에서 작년에 3만9039계약으로 늘었고 올해(10월 말 기준)는 9만9049계약까지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거래대금이 2011년 전체 거래대금의 4배다.
○국내에선 다양한 수요 흡수 어려워
해외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 다양하지 못해서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은 15개에 불과하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CME(1619개) 유럽파생상품거래소(294개) 뿐만 아니라 신흥국 거래소인 인도상업거래소(134개) 브라질거래소(83개)에 크게 뒤처진다. 특히 CME, 일본도쿄거래소 등이 거래 단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미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미니금선물을 제외하곤 거래 단위를 낮춘 상품이 없다.
또 국내에 상장된 파생상품 거래의 대부분은 코스피200선물과 옵션에 집중돼 있다. 전체 파생상품에서 거래량(상반기 말 기준)이 가장 많은 대표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거래소가 69.81%로, 일본도쿄거래소(63.99%) 모스크바거래소(24.20%) 시카고상업거래소(14.78%) 유럽파생상품거래소(12.15%)보다 월등히 높다.
투자문턱을 높인 규제 탓도 크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코스피200옵션이나 통화선물 등을 거래하려면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국내 증권사를 통해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의 엔·달러 선물 1계약을 거래하려면 증거금 303만원에 계약당 8000원 정도의 수수료만 있으면 된다.
○다양한 상품 상장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다양한 파생상품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점 좌판을 깔듯 아무 상품이나 상장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수요조사·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상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파생상품을 상장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상장계획에 대해 ‘사전 검토’만 한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파생상품 규제 분위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신상품 상장의 ‘상’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새로운 파생상품 상장을 막은 적이 거의 없다”며 “다만 무분별한 상장보다는 투자자보호와 헤지·투자 수요를 감안한 순차적인 상장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석호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부장은 “순차적으로 상장돼 있는 파생상품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황정수/윤희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