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직 안정화ㆍ국정원 수사 마무리에 '적임자' 판단한듯
권력기관장 직접 인선 마무리…공직사회 개혁드라이브 예상
청문회 난항 예상…野 "檢장악ㆍ국정원사건 진실 덮기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휴일인 27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지명한 것은 수장 공백 상황에서 '최악의 위기'에 놓인 검찰 조직을 하루빨리 추슬러 사정기관 중추의 조직안정화를 도모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4일 김 후보자를 비롯한 4명의 후보를 황교안 법무장관에게 추천했으므로, 이날 인선 발표는 불과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주중반께나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깬 신속한 지명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이미 김 전 차장을 '점지'하고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차장을 차기 검찰수장으로 지명한 배경에는 현안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와 '난파선'이 되다시피한 검찰조직의 정상화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조속히 되찾으라는 주문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안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로 회복하라는 것, 이 두가지가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주문이고 이 시점에서 검찰총장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되돌아보면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뇌물수수와 성추문 등 현직 검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왔고,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내분으로 '검란(檢亂)'파문에 휩싸이는 등 혹독한 시련기를 보냈다.

특히 최근 채동욱 전 총장이 '혼외자식 의혹'으로 낙마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했다.

채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 배경의 하나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선거법으로 기소한 데 대한 범여권의 부담과 불만이 채 전 총장 중도하차의 원인이 됐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검찰 내부의 혼란이 가중됐던 것.
또 검찰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국정원 댓글 수사를 둘러싸고 특별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며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ㆍ축소 논란까지 불거졌다.

급기야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정면 충돌, 선후배 검사들끼리 공개적으로 치고받는 '막장드라마'까지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검찰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김 전 차장이 '검찰 조직 정상화'와 '국정원 수사의 무난한 마무리'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검란 사태로 한상대 전 총장이 물러나자 총장 권한대행을 맡아 비교적 단기간에 조직의 혼란상을 수습,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명의 후보 가운데 최연장자이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조직 장악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있어서도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불린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수사, 임창열 전 경기지사 비리 의혹 수사 등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굵직한 사건을 처리해왔다.

이정현 홍보수석도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는 검찰총장 권한대행, 서울고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에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전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전직 대통령 아들 사건, 한보 비리 사건 등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한 분으로 검찰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 전 차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끼는 인사로 알려지는 등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낙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내세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라는 개혁작업을 뒷받침할 각종 사정작업과 수사에서 청와대와 가장 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로 꼽혔다는 것이다.

전임자였던 채 전 총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임명하기는 했지만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정권 말기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전임 정권의 인사라는 얘기가 많았다.

채 전 총장이 임기 내내 국정원 수사 등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했던 것 등이 이번 김 전 차장의 발탁에서 중요 고려사항이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비롯해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정원장, 감사원장까지 주요 5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직접 인선을 모두 마무리함에 따라 검찰 개혁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개혁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김진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춘 실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청문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청와대가 "법무장관의 제청 등 충분한 절차를 거쳤고, 총장 후보로 올라온 분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검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야당이 검찰의 독립성과 국정원 수사에 있어 중립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가 김 실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김 실장이 또 한 명의 대리인을 검찰총장으로 보내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검찰총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등으로 비판하며 청문회에서의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