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진구 "'화이'는 영원히 미스터리… 시원섭섭해"
[김보희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여진구, 어리다고 놀렸다간 큰 코 다친다'

여진구(17)가 사고 한 번 제대로 쳤다. 10월 현재 전국 극장가는 여진구가 주연을 맡은 영화 '화이'(감독 장준환)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영화는 19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진구 앓이'에 빠진 것.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소년 화이(여진구)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범죄 집단의 리더 석태(김윤석)에게 끝을 향해 치닫는 복수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진구는 영화 제목과 동명인 화이 역을 맡아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와 동시에 분노를 주체 못하는 괴물로 변신해 극강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17세 소년이 만들어낸 19금 영화 '화이'…. 여진구는 이 작품을 통해 잘생긴 아역의 이미지를 벗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제는 소년이 아닌 남자의 향기가 제법 나는 그. 이에 한경닷컴 w스타뉴스는 여진구를 만나 '화이'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진구는 '화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19세 관람 불가 영화라서 내가 출연한 영화인데 못 봤다. 15세 관람가 영화는 보호자 동석을 하면 볼 수 있지만, 19세는 보호자가 동석해도 볼 수 없다고 하더라. 이미 시나리오와 촬영 그리고 후반 작업 모니터를 곁눈질하면서 봤지만 완성본은 못 봤다"고 털어놨다.

"촬영하던 중에 장 감독님께 '19금' 관련해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조심스레 '그러지 않을까'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이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직감하고 있었지만 19금 판정이 내려지는 순간 살짝~ 아쉬웠어요. 또 제가 완성본을 보지 못 해 시사회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정말 안 보여주시더라고요. 변장하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출연하고 결말까지 다 아는 내용인데 못 본다니. 요즘 아빠들이랑 무대 인사 행사를 가면 저 혼자 대기실에서 우두커니 기다려요. 그럴 땐 시사회를 2년 반 뒤에 했으면… (웃음)"
[인터뷰] 여진구 "'화이'는 영원히 미스터리… 시원섭섭해"
정작 여진구는 영화를 못 봤지만 여진구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관객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춘 5명의 아빠 장준환 감독까지도 아낌없는 칭찬을 전했다. '화이'에서 여진구가 총을 든 순간부터 보여주는 광기 어린 분노와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은 17세 소년이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진구의 고생이 만만치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여진구는 연이은 극찬에 "감사하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화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분들이 감정 연기와 액션을 꼽아 주시는데. 액션은 힘들기보단 재밌었어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연습한 것과 현장은 구조가 달라서 정두홍 감독님의 급조된 액션이 몇몇 있었죠. 예를 들어 병원에서 킬러와 대치하는 장면이었는데 합이 안 맞으면 종아리나 얼굴을 차일 수 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움찔했던 장면이기도 한데 부상은 없었어요. 액션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여진구에게 액션은 체질이었지만 감정 연기는 쉽지 않았다. 여진구는 아직도 '화이'가 미스터리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 일 수도 있고. 전 아직도 화이가 어떤 인물인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어요. 화이는 마음속에 분노만 있는 것이 아닌 복잡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인데 그 감정의 깊이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 작품을 하면서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내심 불안했던 것 같아요. 자칫 잘 못 표현하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감정이니까. 그건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장면은 원하는 감정이 나오지 않아 몇 일 동안 찍기도 하고. 또 급작스레 대사나 제스처 등이 현장에서 바뀌기도 하고 했죠. 같은 장면을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을 때도 있었어요. 화이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캐릭터."

여진구는 제일 어려웠던 감정 장면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엄마'를 꼽았다. "극 중 화이가 엄마를 안전한 병원에 옳기고 나서 '엄마'라고 대사를 하며 손수건을 꼭 쥐여주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은 화이가 처음으로 '엄마'라는 대사를 하는 거라서 굉장히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줘야 하는데 저는 여태까지 엄마랑 촬영 현장을 나가서 '엄마'라는 단어가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라는 대사를 낯설게 하려니 어렵더라고요."

그렇다면 현장에서 장준환 감독은 흔들리고 불안한 여진구에게 어떻게 디렉션을 줬을까. 그는 웃으며 "감독님은 가끔 추상적인 표현으로 디렉션을 해주실 때가 있어요. 그건 배우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문제 같은 거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하게 디렉션해주셨어요. 하지만 아빠들은 가끔 저에게 '(디렉션) 통역해달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다"고 일화를 밝혔다.
[인터뷰] 여진구 "'화이'는 영원히 미스터리… 시원섭섭해"
여진구를 사랑한 다섯 명의 아빠,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반대로 '화이'가 사랑한 아빠는 누구였을까. 화이를 직접 연기한 여진구의 생각은 조직의 리더 석태(김윤석)였다.

"화이가 제일 아빠라고 생각한 사람은 석태 같아요. 남자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근엄하고 존경하는 이미지가 크잖아요. 그러면서도 다가가기 힘든 존재. 화이에게 석태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성향들이 많았기에 아버지로서 끌렸던 것 같아요. 그건 석태도 마찬가지. 아마도 화이를 제일 사랑한 아빠는 석태가 아니었을까요."

"간단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서로 동질감을 느꼈겠죠. 대사에도 '괴물이 보인다고. 내가 그랬다'라는 말이 있듯이 석태는 화이가 자기의 분신 같았을 것 같아요. 자기도 똑같이 괴물을 봤으니까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했잖아요. 다섯 아빠 모두 화이를 사랑했지만 가장 확실한 조언을 한 사람은 석태인 것 처럼. 또 석태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묘한 표정을 짓는데 그것은 화이를 아들로서의 인정도 있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비웃음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다양한 감정을 한 얼굴로 표현하는 김윤석 아빠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여진구는 '영화가 아닌 실제로 석태 같은 아버지를 만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손사래를 쳤다. "저는 그런 아버지가 있으면 제대로 삐뚤어질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잘 못하면 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혼내시고. 화이는 버텼지만 저는 가출했을 것 같아요. (웃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나지만 농담을 던질 때면 순수한 17세 소년으로 돌아가는 여진구의 모습에 놀라우면서도 앞으로가 더 기대됐다. 지금은 차근차근 마음속 단단한 알맹이를 만들고 있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관객을 놀라게 한 여진구. 앞으로 그런 에너지를 기반으로 열심히 성장한다면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는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언젠가 네 안에 있는 괴물이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길~'

"'화이' 마지막 촬영이 끝났을 때 '시원섭섭' 하더라고요. 시원한 것은 어렵고 큰 역할을 무사히 끝냈다는 마음이었고, 섭섭한 것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화이를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화이는 영원히 저에게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아요. 언젠가 많은 경험들이 쌓이면 화이를 모두 이해하는 날이 오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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