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교수사회 '철밥통' 꼬리표 떼려면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요즘 대학 교수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철밥통'이란 표현입니다. 상아탑에 갇혀 잘 바뀌지 않는 교수사회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니 좋아할 리 없죠. 각종 대학 평가나 대학 구조조정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철밥통' 표현에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교수들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철밥통이란 건 옛날 얘기다. 학교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연구실적을 채워야 하고 학생 강의평가에도 신경 써야 한다. 많이 달라졌다. 관례적으로 교수들을 싸잡아 철밥통으로 표현하지 말아달라."

어느정도 맞는 얘기입니다. 강력한 대학 개혁으로 주목받은 서남표 전 KAIST 총장에 이어 여러 대학들이 자체 교수업적평가 승진요건을 강화, 이제 실적 없이 연차만으로 교수가 정년보장(테뉴어)을 받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제도 개선보다 교수사회 특유의 문화를 바꿔내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취재를 통해 서울의 한 중위권 대학이 미국 월스트리트 현직 금융전문가를 교수로 임용키로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최초'란 타이틀을 달고 화제거리가 될 만한 뉴스였죠.

그런데도 학교 측은 이 내용이 기사화 되는 것을 꺼렸습니다. 오히려 기자의 취재를 말리기까지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놀랍게도, 같은 학과 교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던 겁니다. 화제의 인물을 영입하기로 한 이상 파격적 대우는 필수였습니다. 기사에는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임용되는지도 언급되는데, 이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기사가 나가면 다른 교수들이 '내가 더 못한 게 없는데 왜 낮은 연봉을 받아야 하느냐'며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좋은 이미지를 얻는 것보다 개인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소탐대실'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대목입니다.

교수사회 특유의 '왜곡된 아카데미즘'도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교수 자신의 뜻을 내세워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비효율적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출신으로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은 총장 시절 기자에게 "교수들 하나 하나 설득하기가 기업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평생 관료로 생활한 고건 전 국무총리도 대학(명지대) 총장 시절을 힘겨워 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교수사회는 지성인의 전당으로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대학에 무조건 효율성만 강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교수사회의 관성에 젖어 조직의 발전보다 개인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성은 있어 보입니다. '철밥통'이란 달갑잖은 꼬리표를 떼려면 말이죠.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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