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 된 英왕실의 혹고니…경찰 '어쩌나'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유인 야생 혹고니(mute swan) 한 마리가 도살된 채 발견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경찰과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지난주말 런던 서쪽의 윈저성 인근 강기슭에서 발견된 이 혹고니는 식용으로 도살돼 살점이 도려지고 불에 그슬려 있었다.
기러기목 오리과 동물의 일종인 혹고니는 영국에서 종 전체가 왕실 소유로, 이를 도살하는 것은 범죄로 간주된다.
현지 동물보호단체 '스완라이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웬디 헤르몬은 발견 당시 "(혹고니는) 불에 탄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슴살을 도려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헤르몬은 또 "고기를 노린 것마냥 깔끔하게 도살된 모습이었다"며 "즉석에서 깃털을 뽑아 통구이를 해먹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템스밸리 경찰은 지난 18일 도살된 채 발견된 이 혹고니가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혹고니 요리는 한때 왕실 연회의 별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1981년부터 혹고니의 도살은 법으로 금지됐다.
원칙적으로 영국 내 "개방 수면 위 (소유자) 표식이 없는 모든 혹고니"는 왕실 소유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통상 템스 강과 그 지류에 서식하는 혹고니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행사한다고 왕실의 공식 웹사이트는 설명하고 있다.
한편, 유럽발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2010년 앞서 영국에서는 긴축 방안의 하나로 여왕의 혹고니들을 식용으로 팔도록 건의하자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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