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28·상주 상무)가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페루전에 모든 것을 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다.

득점력 부족 탓에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든 홍 감독은 평가전을 앞두고 공격진에 메스를 들이댔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주전급으로 뛰며 한국의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끈 이근호를 다시 불러들였다.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이근호는 최종예선 막판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그 여파 때문인지 동아시안컵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번에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붙은 '예선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대표팀에게나 자신에게나 위기의 순간에 극적으로 복귀한 이근호는 12일 첫 소집 훈련에 앞서 비장감이 서린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면서 "챌린지(2부 리그)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판단해 대표팀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기 위해 따로 훈련했다"고 했다.

컨디션 회복에 초점이 맞춰진 훈련이었지만 이근호는 동료와의 1대1 패스 훈련에서마저도 득점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골대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패스를 받으면 골대를 향해 슈팅 타이밍을 잡은 뒤에야 공을 돌려줬다.

몸 푸는 데에만 집중하는 다른 공격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열성적으로 훈련을 하는 이근호에게 다가가 짧은 면담을 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공격 전술에서 원톱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근호 같은 2선 공격수가 원톱이 만들어낸 빈 공간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 골 찬스를 만드는 것은 홍명보 축구의 주 득점 루트 가운데 하나다.

비록 2부 리그에서 뛰지만 A매치 경험(51경기)과 그간의 대표팀 공헌도 면에서 이근호를 따라올 선수는 현재 대표팀에 없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9월 유럽파가 합류하기 때문이다.

손흥민(레버쿠젠)은 물론이고 이청용(볼턴)과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측면 자원들과 또 경쟁해야 한다.

결국은 페루전 골이 답이다.

이근호가 평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다면 빈약한 골 결정력으로 머리를 싸매는 홍 감독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바람의 아들' 이근호가 페루전을 기회로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을 향해 질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