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47) 결혼의 경제학
지난해 서울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4세, 여성은 30.2세로 10여년 새 각각 2.7세, 2.9세 높아졌다고 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결혼이 일정 연령대가 되면 으레 하는 것에서, 심사숙고 끝에 적극적으로 결정하는 선택의 대상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행위를 편익과 비용의 비교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결혼이란 당사자들이 결혼에 따른 편익이 그 비용보다 크다고 알게 모르게 판단한 결과이다. 결혼의 대표적인 편익은 물론 정신적인 것이리라.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만족감, 관습을 따르는 데 대한 편안함과 사회와 가족의 지지 등은 결혼의 중요한 요인들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요소들도 있는데 배우자가 서로 보험의 역할을 해준다든지, 분업의 묘를 살릴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나이 들거나 병에 걸려 단독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질 때, 또는 경력상 재교육이나 재충전이 필요할 때 나를 부양해줄 수 있는 배우자는 보험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또 각기 다른 능력과 장점을 가진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 각자 자신의 장점을 더욱 계발하고 특화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각각 생활할 때보다 생산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돌본다는 전통적인 사고는 이런 생산성 설명의 진부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편익들의 상당 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국가적 차원의 사회보장제도가 강화되고 사적인 보험이나 금융상품이 발달해 과거 배우자나 자녀들이 하던 경제적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가전제품이나 각종 서비스산업의 발달로 남자든 여자든 집안에서 이성의 도움이 덜 아쉽게 되었다. 물론 사회적 관습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어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 하는 것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반면 결혼의 비용에 대한 인식은 명확해지고 있다. 즉 결혼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가치인 ‘기회비용’이 점점 부각되는 것이다. 더 많은 자율과 자유를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가사나 출산 및 육아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일하는 여성의 경우 결혼 후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에 대한 불안은 결혼 자체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인 상황을 생각하면 향후 여성 경제활동 참가와 결혼의 기회비용은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결혼을 부추길 필요가 있을까? 결혼이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해도 최소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결혼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불가피할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편익을 늘려야 할지, 비용을 줄여야 할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