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착한 기생충도 있다고?
스파르가눔이란 기생충은 장을 뚫고 나가 피부에서 산다. 피부 속에서 뭔가 매일같이 위치를 바꾸며 꿈틀대는 것이다. 최근 뱀을 먹은 사람에게 종종 생긴다. 이 기생충은 체내에서 자라면서 염증을 유발해 점차 통증이 나타난다. 뇌나 눈, 척추 같은 치명적인 장소로 가기도 한다. 뇌로 가면 어지러움이나 간질 발작, 반신불수 등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뇌수술을 해야 한다. 음낭이나 고환으로 갈 경우 처음에 고환이 커지니까 ‘뱀을 먹은 효과가 있다’고 좋아하지만 결국 고환을 제거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우리 몸속에 사는 기생충들의 생존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쓴 책이다. 시력을 잃게 만드는 회선사상충, 간장게장에 숨겨진 폐디스토마, 수돗물을 통해 감염되는 와포자충, 삼겹살을 통해 감염되는 갈고리촌충 등 수많은 기생충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기생충이란 한마디로 ‘비열하지만 탐욕스럽지 않은 존재’라고 정의한다. 숙주에게 빌붙어 산다는 점에서 비열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비만 숙주 안에 살더라도 늘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기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착한 기생충도 있다. 알레르기나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데 기생충 요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