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장을 뒤흔들었던 양적완화(QE3)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게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는 엿새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오전 10시40분 현재 1138억원 매도우위다. 선물 시장에서도 3379계약 순매도다. 외국인 '팔자'에 코스피지수도 1870선으로 다시 밀려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예상과 일치했다며 시장의 관심은 2분기 기업 실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의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실적 시즌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17일(현지 시간) 열린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하반기 경제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양적완화 축소는 있겠지만 그 시기와 강도는 경제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또 "시장의 오역으로 변동성이 커졌는데 이제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시작,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향을 확인했다는 게 지배적인 평이다.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은 '올해 말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해 내년 중반께 종료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언급, 양적완화 축소로의 정책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의 중요 기준이 되는 고용지표와 실업률이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오 연구원은 "현 상태로 경제지표가 개선된다면 시장 예상대로 9월에 축소가 시작되고 내년에는 자산 매입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며 "실업률 7% 달성 시 양적완화 축소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월평균 신규고용자수가 꾸준하게 20만명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다시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분기 기업 실적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와 관련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이 해소됐고 재차 문제가 부각될 여지도 많지 않아 보인다"며 "변동성 요인이 줄어 실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가운데 시장 내 비중이 큰 IT(전기전자)업종의 실적 둔화 우려는 부담 요인이다.

홍 연구원은 "IT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오늘(18일) 외국인의 매도세 역시 관련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며 "상반기 실적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IT비중을 줄여가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