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도 승부 예고…업체 간 출혈경쟁 우려

강남·서초 상권의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혈투'가 시작됐다.

`송파의 절대 강자' 롯데백화점은 내년에 국내에서 가장 큰 명품관인 애비뉴엘동을 잠실 제2롯데월드 단지에 열고 강남·서초 상권을 넘본다.

`강남의 맹주' 신세계백화점은 2018년 양재동 파이시티에 입점할 새 점포와 함께 수성에 나선다.

`강남의 전통 강호'인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과 압구정 본점을 증축 또는 내부 개선 공사를 하고 새 모습을 선보인다.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강남·서초 지역에서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파이시티에 2018년 새 점포를 열면서 `양재동 터줏대감'인 이마트·코스트코와 경쟁하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잇따른 강남 공략이 긴 불황 탓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롯데, 제2롯데월드를 거점 삼아 강남·서초 상권 진격
롯데는 제2롯데월드를 통해 신세계와 현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강남·서초 상권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현재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서 지상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한 거대 상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높이 555m 원뿔 모양의 타워에는 전망대를 비롯해 아트 갤러리, 6성급 호텔, 오피스텔, 업무 시설 등이 들어선다.

현재 44층까지 올라왔으며 2016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옆에는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영화관 등이 세워져 타워와 함께 복합쇼핑단지를 구성한다.

각 건물은 지하 통로로 모두 연결해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에비뉴엘동은 지상 8층에서 타워와 연결된다.

롯데백화점은 이 중 내년에 문을 여는 에비뉴엘동을 국내 최대의 명품관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면적 7만7천700㎡ 규모의 에비뉴엘 잠실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 국내 최대 규모의 시계·보석 전문관, 프리미엄 식품 매장 등으로 채워진다.

특히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롯데백화점에 처음으로 입점할 것으로 보이며, 샤넬과 루이뷔통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선보인다.

이들 브랜드는 의류와 잡화부터 생활 소품까지 전 상품군을 판매할 예정이다.

1천800여㎡ 규모의 시계·보석 전문관에는 롤렉스, 브레게, 블랑팡 등 고급 브랜드가 고객을 맞이한다.

이와 함께 롯데는 2018년께 파이시티에 임차 면적은 4만3천여㎡ 규모로 대형마트를 열고 인근의 이마트·코스트코와 경쟁을 시작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강남·서초 지역에 처음 점포가 들어서는 것"이라며 "파이시티 같은 복합 상업시설은 집객(集客) 효과가 커 롯데마트 파이시티점이 강남은 물론 과천까지 광역 상권을 형성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세계, 강남점 확대와 파이시티 입점으로 수성

신세계백화점은 파이시티점 입점과 강남점 확대를 통해 강남·서초권을 잇는 쇼핑벨트를 형성하고 `강남 맹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2018년께 문을 여는 파이시티점은 강남점4만9천600㎡(1만5천500평)과 비슷한 규모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파이시티점을 통해 서초는 물론 경기 남부 지역의 소비층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을 비롯해 파이시티에 들어설 복합 쇼핑몰이 강남권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파이시티점을 통해 양재는 물론 서쪽으로는 사당과 방배, 남쪽으로는 과천과 의왕까지 상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강남 수성에는 파이시티점과 함께 연매출 1조2천억원을 가뿐히 넘기는 강남점이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2000년 10월 개점한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강남점에 정성을 쏟고 있다.
작년 8월에는 명품과 화장품 매장을 대규모로 개편해 고급화 작업을 마쳤고 같은 해 10월에는 1조250억원을 들여 강남점이 입점해 있는 ㈜센트럴시티의 지분 60.02%를 전격 인수했다.

센트럴시티가 위치한 강남 고속터미널 부지는 배후에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고 하루 유동 인구가 70만 명에 이르는 서울의 대표적 상권이다.

신세계는 강남점의 증축과 안정적인 영업권 확보를 통해 2015년까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뛰어넘어 백화점 단일 점포당 매출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 현대·갤러리아 리모델링…강남·서초 상권 영역 확대

각각 1980년대와 1990년대 강남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점포를 리모델링해 강남·서초 지역에서 영역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하반기에 증축·내부 개선 공사를 마무리하고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계획이다. 작년 매출은 7천800억원이었다.

무역센터점은 영업 면적 3만3천825㎡에서 5만1천480㎡로 53% 커진 공간에 입점 브랜드를 확대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방침이다.

특히 명품 매장을 기존 2개 층에서 3개 층으로 넓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루이뷔통의 경우 기존 1개 층에서 복층으로, 에르메스는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와 고야드 등은 한층 넓어진 공간에 새로 입점했다.

더불어 남성관은 국내 최대 수입·컨템포러리 라인으로 꾸몄고 식품관에는 국내·외 유명 디저트·베이커리·맛집을 유치해 고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압구정 본점은 작년 5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지상층을 4만1천924㎡에서 5% 정도(2천97㎡) 늘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역센터점과 본점의 매출을 합치면 강남에서만 1조5천400억원이 훌쩍 넘는다"며 "리모델링으로 새로 단장해 고객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이르면 올해 웨스트관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