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해고야."

제68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가 열린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 9번 홀 경기를 마친 제시카 코르다(미국)가 캐디 제이슨 길로이드를 향해 쏘아붙였다.

괜히 한 소리가 아니었다.

길로이드는 캐디 조끼를 벗고 코스를 떠났고 코르다는 남자친구인 조니 델프리트에게 자신의 골프백을 넘겼다.

코르다를 따라 코스를 돌던 남자친구는 졸지에 캐디로 변신해 남은 9개 홀을 돌았다.

1998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 페트르 코르다의 딸인 제시카는 "처음 9개 홀을 도는 동안 캐디와 의견이 너무 맞지 않았다"며 갑작스러운 교체 이유를 밝혔다.

코르다는 "이 대회는 US오픈이고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도저히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운드 도중 캐디 교체라는 강수는 비교적 효과를 봤다.

전반 9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로 5타를 잃은 코르다는 남자친구와 함께한 후반 9홀에서는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선전했다.

2라운드까지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에게 6타 뒤진 공동 5위였던 코르다는 하지만 이날 4타를 잃는 바람에 선두와 격차가 11타로 벌어졌다.

순위는 공동 6위로 큰 변화는 없다.

코르다는 "델프리트가 내 마음을 진정시켜줬다"며 후반 9홀에서 그나마 1타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을 설명했다.

델프리트는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하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활약한 프로다.

성적은 신통치 못해 지난해 2부 투어에서 6개 대회에 출전, 벌어들인 상금이 1천800 달러(약 200만원)에 불과하다.

델프리트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코르다의 캐디로 나설 예정이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에 여동생 넬리와 함께 출전했다.

14살인 넬리는 올해 US여자오픈 최연소 출전 선수로 화제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13오버파로 공동 61위에 머물러 있다.

아버지인 코르다는 둘째 딸인 넬리의 캐디를 맡고 있다.

제시카는 "제이슨 길로이드는 훌륭한 캐디"라고 병 주고 약 주며 "나도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린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