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럼서 스스로 적극 변론…獨·中, 美에 "의혹 해명해야"

국제사회가 이른바 '스노든 태풍'으로 약 열흘째 요동치고 있다.

이번 파문의 주인공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직접 나서 미국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독일과 중국이 의혹에 대한 미국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이번 파문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스노든 "미국서 공정재판 기대 못 해"
홍콩에 은신 중인 스노든은 이날 가디언 독자들과의 인터넷 포럼에 나서 2시간 가까이 자신의 뜻을 전하고 독자들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했다.

스노든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미국을 떠나왔다며 감시 프로그램을 오히려 확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한데다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의회에 끊임없이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다른 내부고발자에게 해왔듯이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내가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몰아대고 비밀과 범죄, 심지어 위헌 행위에 대한 폭로조차 용서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 공정한 재판 가능성조차 봉쇄했다"며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노든은 또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어떻게 개인의 인터넷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자세한 정보를 더 밝힐 계획이라며 "미국 정부가 나를 감옥에 보내거나 심지어 죽인다고 해서 이(진실)를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실을 알린 영웅'이라는 찬사와 '배신자'라는 비난이 교차하는 데 대해서도 자신이 폭로한 것은 대학이나 병원 등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불법 정보수집 활동이지, 군사적 표적을 겨냥한 정부의 합법적 활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강경 보수' 성향의 딕 체니가 자신을 '중국의 스파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체니에게 배신자로 불린다는 것은 미국인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조롱했다.

또 자신이 중국 스파이라면 바로 베이징으로 갔을 것이라면서 현재 중국 정부 측과 접촉도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콩을 선택한 것은 바로 구금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문화적 및 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홍콩을 자발적으로 떠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노든은 언론보도에도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폭로 이후 처음에는 대중의 반응에 고무됐으나 현재는 주류 언론조차 인류 역사상 최대의 감시프로그램 의혹보다는 자신이 17살 때 말한 것이나 자기 여자친구의 외모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獨·中 "오바마, 의혹 해명해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 국가안보국의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RTL 방송과 인터뷰에서 독일을 국빈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19일 오찬 회담을 한다며 이 자리에서 "투명성을 높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메르켈은 미국의 정보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매우 놀랐다"면서 "무엇이 사용되고, 무엇이 사용되지 않는지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이날 미국 정부에 스노든이 폭로한 해킹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미국이 국제사회 및 각국 민중의 관심을 존중하고 반드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스노든 여론전
오바마 대통령과 스노든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여론전을 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밀 분류 해제 확대 등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의 보완을 약속하고 있고, 스노든은 자신의 폭로 동기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느라 애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에서 "이번 감시 프로그램은 테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비밀법원에 의해 감독을 받는 것으로, 일반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부당하게 침해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프로그램은 투명하다"고 강조하고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른 비밀법원도 이를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이어 사생활 및 시민자유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보완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든도 이날 가디언 인터넷 포럼에서 19개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내놓는 등 대중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인들은 정부 쪽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USA투데이와 퓨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는 스노든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반면 38%는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김기성 기자 lwt@yna.co.kr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