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코리안 시스터스' 가운데 '빅3'로 꼽히는 박인비(25·KB금융그룹), 최나연(26·SK텔레콤), 신지애(25·미래에셋)가 나란히 공식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이들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파72·6천534야드)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틀에 걸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첫날은 펑산산(중국), 스테이시 루이스, 크리스티 커(이상 미국)가 참석했고, 이날은 이들 한국 선수 세 명 외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카리 웨브(호주), 멕 말론(미국)이 인터뷰 대상자였다.

이 가운데 '합동 인터뷰'는 한국 선수 세 명이 유일했다.

선수 비중이 약해서 그런 것은 물론 아니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박인비)와 3위(최나연), 9위(신지애)인데다 최나연과 신지애도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LPGA 투어는 이들이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들의 강세를 조명하기 위해 셋을 한꺼번에 인터뷰에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 라이벌 의식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신지애가 먼저 농담으로 "꽤 있다"고 답해 기자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박인비는 "내가 3~4년 정도 부진할 때 최나연, 신지애의 꾸준함이 부러웠다"며 "그 기간에 이 선수들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이유를 묻자 박인비는 "잘 모르겠다"며 "한국인의 피에 뭔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답하기도 했다.

최나연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꿈을 키운다"며 "나도 지금은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지만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애 역시 "15년 전에 박세리가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꿈을 키웠고 더 열심히 훈련에 몰입하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길거리에서 자신들을 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며 웃기도 했다.

최나연은 "아마 신지애를 알아보는 팬들은 많을 것"이라며 "나는 골프 모자를 벗으면 서울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인비 역시 "한국에서 골프는 중년층 이상에게 인기가 많아서 젊은 사람들은 우리를 거의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LPGA 투어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팬들은 아시아 선수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도 진지한 의견을 내놨다.

박인비는 "미국 팬들로서는 아시아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거나 얼굴을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 팬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나연 역시 "미국 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심히 매달렸다"고 강조했다.

신지애는 "LPGA 투어 5년째를 맞는데 아시아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나연은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외국 선수들과 같은 조가 되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고, 박인비는 "1위를 하면 영어로 인터뷰해야 하니까 차라리 2위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이 공식 기자회견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성공을 넘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기사를 6일 게재했다.

올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은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