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법 규정을 제대로 몰라 판결이 상급심에서 파기환송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5일 대법원 3부는 성범죄처벌특별법 위반(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6)에 대해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부착 30년, 신상정보공개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통영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서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초등학생 한모양(10)을 등굣길에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야산에 매장했다.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사형선고 여론이 들끓었지만 1·2심은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 최종심 판단이 주목받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선고나 형량에 대해서는 피고인·검사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전자발찌 부착과 관련해 항소심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본안에 대해 항소한 이상 전자장치 부착명령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한 것으로 간주되는 만큼 원심은 이에 대해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2심이 파기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9조8항)은 ‘특정범죄사건의 판결에 대하여 상소가 있는 때에는 부착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에 대하여도 상소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실수로 하급심이 파기환송된 사례는 며칠 전에도 있었다.

대법원 1부는 2012년 6~9세의 미성년자를 잇따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24)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11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피해자 A양(8)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고소를 취하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대목이 문제였다. 2010년 4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강제추행죄는 고소 없이도 공소 제기가 가능해졌다. 범행이 개정법률 시행 후에 일어난 만큼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해도 범죄가 성립하는데 2심 판사들은 법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재판한 것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