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금고에 5만원권 쌓인다?…화폐 발행 비중 64%…은행 ATM 툭하면 '잔액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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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융소득 과세 강화 분위기 속에 거액 자산가들이 현금을 찾아 개인금고 등에 넣어두고 있다는 ‘화폐 퇴장(退藏)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분 노출을 꺼린 일부 자산가들이 아예 5만원짜리 현금을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1년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해외 계좌에 재산을 숨길 방법도 제한되다 보니 5만원권을 개인금고로 도피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만원권 발행 잔액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거액 자산가들이 5만원권을 활용해 현금을 개인금고에 넣어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5만원권 발행 잔액은 2009년 12월 10조원 규모였다. 지난 2월엔 35조원으로 늘었다. 1000원권, 1만원권 등 전체 화폐 발행 잔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금액기준)도 같은 기간 28.6%에서 63.6%로 높아졌다. 공교롭게 최근 백화점을 중심으로 개인금고 판매량도 늘고 있다. AK몰 등 인터넷 쇼핑몰 개인금고 판매량은 작년 말보다 30%가량 증가했다. 개인금고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울산점에 개인금고 매장을 여는 등 백화점들도 잇달아 개인금고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도 최근 5만원권 인출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영업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되는 5만원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혹시 5만원권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5만권 인출은 주로 ‘1000만원 이하’로 이뤄지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1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에 대해선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이 같은 신고 기준을 피하기 위해 그 미만 금액을 조금씩 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일단 신분 노출을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금융 거래를 한다 해도 금액이 크면 과세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지하경제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만큼 FIU는 국세청에 정보 제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압박이 정상적인 금융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라며 “지금 당장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언제든지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현금 자산을 더 음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만원권 발행 잔액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거액 자산가들이 5만원권을 활용해 현금을 개인금고에 넣어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5만원권 발행 잔액은 2009년 12월 10조원 규모였다. 지난 2월엔 35조원으로 늘었다. 1000원권, 1만원권 등 전체 화폐 발행 잔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금액기준)도 같은 기간 28.6%에서 63.6%로 높아졌다. 공교롭게 최근 백화점을 중심으로 개인금고 판매량도 늘고 있다. AK몰 등 인터넷 쇼핑몰 개인금고 판매량은 작년 말보다 30%가량 증가했다. 개인금고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울산점에 개인금고 매장을 여는 등 백화점들도 잇달아 개인금고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도 최근 5만원권 인출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영업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되는 5만원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혹시 5만원권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5만권 인출은 주로 ‘1000만원 이하’로 이뤄지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1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에 대해선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이 같은 신고 기준을 피하기 위해 그 미만 금액을 조금씩 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일단 신분 노출을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금융 거래를 한다 해도 금액이 크면 과세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지하경제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만큼 FIU는 국세청에 정보 제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압박이 정상적인 금융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라며 “지금 당장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언제든지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현금 자산을 더 음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