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의 발자취를 따르며 우리식대로의 경영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가락동 철강협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세아그룹은 자산 7조1000억원대로 재계 50위(공기업 포함)의 철강전문 기업이다. 이 회장은 2011년부터 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회장을 맡아 형인 고 이운형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어왔다.

지난달 10일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남미 출장 중 사망한 이후 이 회장은 그룹의 총괄적인 경영을 이어받았다. 이날은 철강협회가 새 사옥에 입주한 날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업계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는 기존 직책이던 지주사 세아홀딩스 회장이 아닌 세아제강 회장 자격으로 참석, 그룹 수장으로 업계에 데뷔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운형 회장의 죽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가족과 회사의 일을 떠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고인이) 합정동 새 사옥 입주 이후 달라진 분위기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세아그룹을 백년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분간 나를 중심으로 그룹이 운영될 것”이라며 경영 전반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아홀딩스 말고도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 회장을 맡아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총 23개 계열사를 보유한 세아그룹의 주력 회사는 파이프 및 판재류를 생산하는 세아제강과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이다. 그룹 전체로는 작년 6조2240억원의 매출과 261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고인이 보유했던 지분 처분과 승계 계획에 대해 묻자 이 회장은 “상속세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검토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2001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 지분 증여를 마무리 지어 안정적인 형제 경영체제를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이 회장 형제와 각각의 장남(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이주성 세아베스틸 상무)이 세아홀딩스 지분을 약 17%씩 나눠 가진 구조다. 총수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라 지분보유 상황과 경영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철강 시황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세아제강의 주력인 미국시장은 모든 철강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반면 중국 철강 수요는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돼 한국에 수입되는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아베스틸의 주력사업인 특수강 분야에 대해선 “경쟁사의 진출에 대비해 대응방안을 철저히 연구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해 어려움을 이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