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업체 시한부 기소중지

영유아와 임산부를 폐 손상으로 숨지게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고흥 부장검사)는 수사대상 10여개 업체를 '시한부 기소중지'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보건당국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온 뒤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시한부 기소중지란 일정 기간 수사를 중지하는 검사의 처분으로 사유가 없어지면 언제든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4월 폐 손상 조사위원회를 꾸린 뒤 피해 발생사례 357건을 수집,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위는 월 1회 의사 20여명과 자문회의를 열고 있으며, 피해 의심자의 CT 영상판독과 임상조사를 토대로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오는 8∼9월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시민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해 9월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살균제 제조·공급업체 10곳을 과실치사 혐의와 허위표시로 소비자를 속인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3개 업체를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내려 보내 수사를 지휘해왔다.

이들 업체는 살균물질인 '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니딘(PHMG)' 또는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딘(PGH)'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팔면서 용기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흡입해도 안전하다' 등의 문구를 썼다.

이들 성분은 피부에 닿거나 소량을 먹을 때는 독성이 적지만 코로 흡입하면 폐가 부풀어 오르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치명적인 폐 손상을 일으킨다.

피해사례 중 질병관리본부가 인과관계를 공식 확인한 것은 총 34건, 사망자는 10명 정도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