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경기민감주들은 경기사이클의 반전신호를 잘 포착해 매매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의 대가' 피터린치)

"주식, 장투가 정답?…경기 사이클 고려하는게 '상책'"
코스피 시장의 주요 대표 업종들은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운송 등 경기민감 업종들이어서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흐름과 주가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와 코스피 지수를 연결시켜서 매매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매매원칙은 간단하다. OECD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대비 3개월 연속 하락하면 일단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보유중인 경기민감주를 매도한다. 이후 OECD 경기선행지수의 추이를 확인하다가 다시 전월 대비 지수가 상승하는 시기를 노려 경기민감주를 매수하는 것이다.

25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4년 1월말 기준으로 1억원을 코스피 지수에 투자해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투자자라면 8년이 지난 2012년말에는 135%정도의 수익으로 투자금은 2억3500만원으로 불어났다.

낮은 은행금리를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다. 그러나 만일 OECD경기선행지수가 발생시키는 신호대로 매매했다면 8년 수익률은 200%이상으로 커지며 투자원리금은 3억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이 간단한 매매신호를 활용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 때 마음을 졸이며 '진짜 큰 일이 나면 어떻게 할까?'라는 괜한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 마디로 투자를 하며 군중심리에 휩쓸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순수한 경기민감 종목을 대상으로 매매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004년 이후 제일모직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난해 말까지 468%의 수익을 내고 있을 것이다. 나름 양호한 수익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에서 발생하는 매매신호에 따라 매매했다면 수익률은 870%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2011년 하반기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밸류에이션도 그다지 싸지 않은 대표 경기민감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초과 수익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분석이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2004년 이후 그냥 보유하고 있었으면 167%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나 OECD경기선행지수 신호를 따랐다면 수익률은 525%로 커졌다.

경기민감 대형주들의 가치를 재는 잣대는 결국 '실적'이다. 아무리 좋은 자산가치를 가지고 있어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할 수도 없고 주주를 위해 배당을 줄 수도 없다.

정 센터장은 "성장의 꿈도 없고, 주주를 위해 특별히 해 줄 것도 없는 불쌍한 경기민감대형주를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보유하고 있을 만큼' 마음이 착한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며 "경기민감주를 매매하는 전략 중 가장 상책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변화를 보고 '여차하면 비중을 줄이되, 조금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채워 놓는' 전략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기업에 큰 문제도 없는데 글로벌 경기가 조금 나빠졌다고 주식을 팔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2004년이나 2006년의 경우 글로벌 경기가 잠시 좋지 않게 흘러갔지만 워낙 국내 주식 시장의 수급여건이 좋아져 주가가 큰 조정없이 상승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경기민감 대형주들은 워낙 베타계수가 높아 경기상승기에 주가버블이 형성되기 매우 쉽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경기침체의 기간이 늘어진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주가가 조정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글로벌 경기가 3개월 연속 후퇴할 때 일단 경기민감주를 정리하는 매매는 큰 리스크를 헤지하는 비용으로 수준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경기가 후퇴하는 동안에는 주가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경기가 조금이라고 호전되면 다시 예전 비중을 채워 넣으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