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대규모 승부조작 행위 혐의와 관련,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축구계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전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랄프 무슈케 FIFA 안전국장은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IFA 등 전 세계 축구계가 승부조작과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사법당국 등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유로폴이 전날 발표한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은 긴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FIFA는 승부조작 사건에 국제 범죄조직이 연루된 만큼 해당 국가 정부들이 면밀하게 협조해 법을 더 엄격하게 집행하고 강력하게 제재해달라고 촉구했다. 무슈케 국장은 “축구인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면 영구제명 등의 제재를 받지만 축구계와 관련없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법적 처벌은 미약한 수준”이라며 “승부조작 가담자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은 작은 대신 이득을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도 “승부조작 가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재발을 막기 위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4일 유럽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FIFA 월드컵 지역예선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주요 국제대회를 포함한 680여 경기에 대해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와 심판 등 승부조작 가담자가 15개국 425명에 이른다. 유로폴은 아시아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범죄조직이 전 세계 축구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해 800만유로(약 1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으며 선수와 심판 등을 매수하는 데 200만유로(약 30억원)를 썼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2009년 10월 치러진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데브레첸(헝가리)-피오렌티나(이탈리아)전과 한 달 앞서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E조 데브레첸-리버풀(잉글랜드) 경기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2009년 9월 리히텐슈타인과 핀란드의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경기도 승부조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정선/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