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상한ㆍ총기규제 등 `비타협 노선' 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꽤 부드러운 남자(pretty friendly guy)'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첫번째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던진 말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한결같이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독기가 올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는 주요 정책현안에 대해 "협상은 없다"면서 `강공 모드'를 보이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정부부채 상한 증액을 반대하는 공화당을 겨냥해 "그들은 2가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서 "미국의 빚을 제때 갚거나 미국을 또다시 경제위기로 밀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나는 절대로 머리에 총을 갖다대는 식으로 국민을 위협하면서까지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연말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막판까지 정치적 타결을 시도했던 것과는 달리 부채상한 협상에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총기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의회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범정부 총기규제 대책 태스크포스(TF)의 팀장격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19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격용 무기 금지, 고용량 탄창 금지 등은 입법 대상이지만 총기구매자 신원 조회, 연방 알콜ㆍ담배ㆍ무기 단속국장 지명, 정신병 경력 조회 등은 행정명령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총기협회(NRA)의 전방위 로비로 의회의 총기규제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즉각 `강수'로 맞선 셈이다.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와 공화ㆍ민주 양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에 지명하는 등 2기 행정부 내각 인사도 냉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비타협 노선'에 대해 재선 성공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2기 행정부에서는 국정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첫번째 임기 내내 공화당과 각종 현안을 놓고 정쟁을 벌이면서 불필요한 국력낭비가 심했다는 현실인식에서 이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좋은 남자 포기전략'은 정치적으로 좋은 접근"이라면서 "첫번째 임기에서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을 때 공화당으로부터 얻은 게 없다는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