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팀 = 올해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주식시장이 내년에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채권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된 반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현재 저평가된 상태의 주식시장은 내년에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정유, 화학, 철강업 등 경기민감주도 경기전망 개선과 함께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꼽혔다.

◇ "채권은 내리막, 주식은 오르막"

27일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한 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였지만 내년에는 주식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까지 지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덕분에 채권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된 반면 주식시장은 과도한 위험자산 회피 현상 덕분에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 배재현 책임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의 금리 레벨을 고려하면 더 이상 버블이 생기기 어려워 채권으로 자금이 더 이상 몰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이 강세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 주식시장의 강세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일단 'V자형' 주가 흐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이슈와 4분기 기업실적 부진이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김형렬 팀장은 "이들 요인으로 내년 1분기 말까지 시장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미국의 재정감축 불안이 해소되고 유럽과 중국의 경제가 순환적으로 회복하면 2∼3분기에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주식시장에 훈풍이 좀 더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동양증권은 "미 재정절벽의 타협, 유럽 재정위기 안정, 중국 경기사이클 개선 등을 바탕으로 내년 1분기부터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주식시장의 걸림돌로는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이 꼽혔다.

따라서 업종과 개별 종목을 선택할 때 저성장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이익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팀장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비중확대를 주저할 수도 있지만, 올해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워낙 과도했으므로 위험자산 비율을 조기에 늘리면 내년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IT주 전망 여전히 '맑음'…中 소비관련주 관심

유동성 강화로 주식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만큼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 대표 업종인 IT업종은 내년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거의 모든 증권사가 IT주에 대해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IT 업종이 기존 리더들만의 '소수 게임' 구도를 보였다면 내년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의 참여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LG전자, NHN을 선호주로 꼽았다.

IT주 외에도 경기민감업종인 정유, 화학, 철강이 추천 업종으로 꼽혔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내수소비재에 대한 추천도 많았다.

현대증권이 중국 법인의 매출기여도가 높은 락앤락과 오스템임플란트를 코스닥 추천종목으로 제시했고, 다수의 증권사가 해외 사업에 강한 오리온과 매일유업을 권했다.

키움증권은 "내년에는 세계 경기 완화와 신흥 공업국 소비 확대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내수소비재 업종 중에서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소비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는 기업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진단했다.

많은 증권사가 주요국의 유동성 강화책 효과가 내년 하반기에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하반기에는 경기에 더욱 민감한 소재, 산업재 등 자본재에 투자하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대신증권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중국의 성장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경기에 민감한 소재와 산업재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팀장은 "세계 경기 순환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에너지와 소재 섹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면서 "1분기까지는 실적에 주목한 가치주 투자가, 하반기에는 주가 상승 동력을 보는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가수요 확대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카지노, 여행 등 레저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파라다이스와 호텔신라가 추천 종목으로 꼽혔다.

또 음악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도 추천 업종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