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 우파 성향 니콜라 사르코지, 좌파 성향 세골렌 루아얄을 포함한 10여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프랑스 대선은 과반수 득표제. 누구든 과반의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며,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때는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한다. 1차 투표 결과는 사르코지 31%, 루아얄 26%, 프랑수아 바이루 19%. 2주일 뒤 열린 결선 투표에서 사르코지가 53%를 얻어 5년 임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럼 사르코지는 프랑스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거법을 연구하는 수학자 미첼 밸린스키와 리다 라다키가 투표소 3곳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 후보를 좋음 나쁨 보통 3단계 등급을 매겨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평가를 취합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후보는 결선 투표에 진출한 두 후보가 아니라 1차 투표에서 3등으로 탈락한 바이루 후보였다. 이 평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통령을 위한 수학》은 유권자가 정치공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선거 제도에 숨겨진 오류에 관한 역사를 들여다본 책이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수학자 겸 저널리스트 조지 슈피로는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선거와 투표의 역설’을 추적한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절차가 종종 납득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하곤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야기부터 꺼낸다. 플라톤은 중우정치를 혐오해 민주주의를 경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플라톤은 투표에 빈곤층을 차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시민을 네 단계의 소득 계층으로 분리해 부유층의 표가 빈곤층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에는 ‘콩도르세의 역설’이 발표됐다. 프랑스 귀족 콩도르세 후작은 최다득표제가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을 드러냈다. 유권자 A를 B보다 선호하고, B를 C보다 선호할 경우, A를 C보다 좋아해야 하지만 최다득표제하에서는 C를 A보다 좋아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단순 다수결을 통한 투표가 구성원의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선거의 문제는 현대에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는 ‘선거의 역설’을 피할 수 없으며, 하나의 투표 방식을 제외한 모든 투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앨런 기버드와 마크 새터스웨이트란 이도 모든 투표 방식이 선거조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선거와 투표에 내재된 문제에 대한 수학적 고찰의 역사이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 문제를 간파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던 인물과 그 시도들, 그들이 살았던 시대 환경까지 살필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