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절도 혐의 피의자 여성 B씨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전모 검사(30)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25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검 소속 연구관들과 과장 이상 간부들은 24일과 25일 이틀째 토론회를 열고 잇따른 검찰 추문에 대한 자성과 함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눴지만, 검찰 일부에서 거론됐던 검찰총장 사퇴론까지는 나가지 않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전 검사 구속 목전

감찰본부는 24일 긴급체포한 전 검사에 대해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찰본부는 24일 B씨도 외부에서 조사했고, 25일 전 검사의 사무실과 승용차를 압수수색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수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 검사는 서울 강동구의 한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와 지난 10일과 12일 검찰청사 검사실, 모텔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다. 검찰이 밝힌 전 검사의 혐의는 뇌물수수다. 두 사람의 성관계가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검사 직무에 관련한 대가성을 띠고 있다고 본 것이다. 전 검사의 혐의에 대해 감찰본부 관계자는 “뇌물은 금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B씨 측은 성폭행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의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검사가 B씨에게 ‘징역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 성폭행했다”며 “B씨는 당시 심리적으로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법리적 문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공무원에게 성매매를 주선하고 화대를 제3자가 지급한 경우 화대를 뇌물로 본 대법원 판례는 있지만, 성행위 자체를 직접 뇌물로 본 판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C법무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사와 여성 피고인 사이에 있었던 성관계에 대해 성행위를 뇌물로 본 판례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D변호사는 “아직 우리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성폭행 사건을 성추문으로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뇌물수수죄는 징역형만 부과되기 때문에 이 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초 ‘위계 및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또는 강간’이나 형법상 직권남용죄 적용을 놓고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제추행이나 강간의 경우 친고죄인데 이미 전 검사가 B씨와 합의해 공소가 어렵고, 직권남용죄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해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한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는 논리다. 뇌물을 준 사람도 뇌물공여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검찰은 B씨를 입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성 촉구…“총장 사퇴는 부적절” 다수

25일 한상대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과장급 이상 회의에 참석한 40여명은 전 검사 사태 등 최근 검찰 비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한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대다수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다.

회의석상에서는 “검찰 개혁방안의 모든 기준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검찰의) 욕심쟁이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이번엔 정말 바꿔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이 오갔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인지수사를 현재의 10% 선으로 줄이자” “검찰개혁단을 구성하자” “검사 적격심사의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 참석자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실망시키는 현실을 뼈저리게 인식하며 자성해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4일에도 대검 소속 연구관 30여명이 7시간여 동안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장성호/이고운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