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조기 사태진화 나선듯
위계 성폭행 등 검토하다 징역형만 있는 뇌물혐의 적용

'성추문 검사'에 대한 검찰의 감찰이 주말 사이 갑자기 수사로 전환하면서 해당 검사가 긴급체포됐다.

통상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으면 피의자를 일단 돌려보낸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최근의 관행과 달리 여성 피의자 B(42)씨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전모(30) 검사를 곧바로 체포하는 등 검찰 수사가 급피치를 올렸다.

현직검사를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10억원 가까운 금품을 받은 서울고검 김광준(51) 검사도 귀가한 상태에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만큼 검찰의 위기의식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수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 상관이던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수뇌부 책임론으로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상대 검찰총장과 권재진 법무장관 등 법무ㆍ검찰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檢 최대한 빨리 사태진화 나선 듯 = 대검 감찰본부는 전날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전 검사를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다시 불러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을 진행하다가 긴급히 수사로 전환한 것 역시 '질질 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검사 비리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2010년 도입한 특임검사 제도를 적용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최근 김광준 검사 사건에는 특임검사들이 긴급 투입됐지만 이번 사건은 감찰본부가 그대로 수사까지 맡아 밀고 나갔다.

검찰은 전날 대검 연구관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이날 한상대 총장 주재로 대검 과장급 이상 중간간부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주말에도 사태 수습을 위해 숨가쁘게 뛰고 있다.

◇'성추문 검사'에 뇌물죄 적용 = 전 검사를 긴급체포하면서 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것도 검찰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대검 감찰본부는 전 검사 긴급체포 직후 "범죄혐의가 확인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

긴급체포 죄명은 뇌물수수이며, 여기서 뇌물은 금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적 금품수수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형법상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뇌물은 금품 또는 향응을 말한다.

검찰은 당초 전 검사에 대해 '위계 및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또는 성폭행'이나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의 적용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제추행이나 성폭행의 경우 친고죄로 운용되는데 이미 전 검사가 B씨와 합의한 만큼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도 고려했으나 이 죄의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한 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뇌물죄의 경우 뇌물을 받은 이 뿐만 아니라 뇌물을 공여한 이 역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하지만 한 법조인은 "뇌물죄를 적용하면 공여자도 처벌해야 하지만 검찰이 입건 이후 기소유예하거나 아예 입건 자체를 안할 수도 있는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