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검사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경찰이 수사하던 현직 부장검사 비리사건을 검찰이 자체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실상 경찰수사를 차단시킨 것이 논쟁의 초점이다. 이를 두고 이중수사를 운운하며 검찰수사의 적법성을 지지하거나 검경 갈등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주지하다시피 이 사건은 이미 4년 전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다단계사기를 범하고 중국으로 도주한 주범 조희팔 수사에서 비롯됐다. 해외 도피나 수사 미진을 두고 비호세력을 파헤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피해자들로부터 20여건에 달하는 고소가 제기됐다.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최근 김 검사의 수억원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입건한 후 검찰에 보고했고, 수사를 본격화하려 했다. 그러자 검찰은 경찰 보고를 받은 당일 특임검사를 임명했다. 특임검사 임명의 문제점은 경찰수사를 사실상 차단시켰다는 점에 있다.

특임검사가 임명되자 피의자인 김광준 검사는 물론 사건관계인들도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사건관계인들에게 경찰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친절히 안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경찰이 추가로 발견한 비리의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도 기각해버렸다. 여론을 의식해 수사중단 지휘는 안 했지만, 실질은 사건을 가로채 간 것이며 경찰수사를 차단시킨 것이다. 양 기관이 따로 수사해서 경합한 이중수사가 아니라 가로채기수사인 이유다.

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럴지 의문이다. 그간 검찰은 전현직 검사 관련 사건에서 줄곧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金검사 件은 '수사 가로채기'
'제식구 감싸기' 되풀이 우려


특임검사팀은 압수수색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는 있다. 자칫 검찰조직의 명운이 결정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로채기수사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드러난 조희팔 관련 사건 외의 비리나 여타의 연루자를 철저히 파헤쳐낼지도 미지수다. 경찰에서는 까면 깔수록 계속 나오는 양파껍질 같다고 이야기한다. 요 며칠 사이 경찰에서 밝힌 추가혐의만 해도 여러 건이다. 꼬리자르기로 끝날지 지켜볼 것이다.

김수창 특임검사의 의사간호사 비유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검찰 내부의 왜곡된 인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스스로 ‘수사전문가’라 칭하지 않는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니 법률전문가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사는 법률해석이 아니라 사실적 기술적 분야다. 다양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지식이 망라적으로 활용되는 종합예술이라고도 한다. 외화 CSI 등에 나오는 수사베테랑, 과학수사요원, 법의관, 프로파일러 등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아마 검찰이 피조사자를 앉혀놓고 자백이나 진술을 추궁해서 받아내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 있다. 입건 여부가 재량이고, 혐의사실의 범위를 제단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기소할지 말지, 기소유예로 봐줄지 그 전권을 아무런 견제 없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에 의한 수사는 허위진술을 받아 내거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더욱 크다. 기소권의 객관성은 무너지고, 수사에만 몰두하는 검찰의 경찰화 현상도 우려된다. 이러한 위험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화됐다.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기형적 현상으로 말이다. 선처를 미끼로 앞으로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모른다.

경찰이 특정권력이나 특정계층을 수사할 수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기소권자인 검찰에 직접수사를 맡기는 나라도 찾기 어렵다. 검찰은 헌법 위의 권력이 될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관계에는 크게 세 가지 모델이 있다. 불문법의 영미법계 국가는 ‘기소=검찰, 수사=경찰’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다. 성문법의 유럽 각국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하게 하고 경찰수사의 적법성만을 감독하게 한다. 법률로 자체 수사인력을 못 두게 하고, 검사가 받은 조서는 증거로 못 쓰게 하는 것이 그 제어장치다. 그래서 ‘법률의 감시자’이자 ‘손발 없는 머리’라고 부른다. 두 모델 모두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수사에서 제외되는 특권층은 존재할 수 없다.

검찰, 수사 아닌 법률전문가
주요국 대부분 기소권만 줘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예외적인 나라로 일본이 있다. 명치유신 이후 유럽모델을 가져왔으나 군국주의 하에서 검찰권을 강화시킨 것이 그 시발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기소권과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을 한 손에 쥔 무소불위 검찰을 ‘검찰파쇼’라고 비판하고 있다. 패전 이후 맥아더사령부는 군국주의 청산과 일본사회의 민주화 첩경으로 검찰개혁을 꼽았다. 미국식 수사기소분리체계로 전환하려 했으나 구체제에 집착한 일본 측의 반발로 절충형이 탄생했다.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의 예외적으로 필요가 있는 때에만 2차 수사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검찰의 경찰수사 개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수사를 종결해서 송치하기 전까지 검찰의 수사지휘를 완전히 배제시켰고, 또한 모든 영장을 경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게 했다. 세 가지 모델 모두에서 견제와 균형의 묘를 찾을 수 있다.

외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국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과 그 폐해는 기소독점과 수사독점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해법은 수사기소의 분리에서 찾아야 한다. 대검중수부 폐지나 제2 검찰 신설이 근본해법일 수 없다. 공소유지에 전념시키든지 직접수사를 없애고 수사통제감독자 역할만을 맡기는 것이 세계 보편의 방식이다. 최근 대선후보들이 앞 다투어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 새삼스런 주장이 아니다. 이미 반세기 이전 형소법 제정 때도 수사기소 분리가 타당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일제잔재를 청산 못한 경찰 자질이 문제되어 장래 과제로 남겼을 뿐이다. 시대가 변했다. 이제 형사사법의 정의를 세우고, 인권보장에 철저한 선진사법을 구현하려는 진실된 실천의지만이 이 시대의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