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사례가 아주 드문 '뇌물수수'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에서 17시간에 걸친 치열한 밤샘 심리가 벌어졌다.

21일 새벽 3시30분 수원지법 108호 법정.
이 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게임물 제작ㆍ판매업자에게서 6천7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게임물등급위원회 직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날인 20일 오전 10시30분 검사의 공소장 낭독으로 재판이 시작된 지 17시간, 배심원 선정 절차까지 포함하면 18시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2시간 심리 뒤 10분간의 휴식시간과 1시간씩 주어진 점심·저녁식사 시간을 빼면 피고인과 증인 심문, 서류조사 등 증거조사에 12시간이나 걸려 이날 0시께 끝났다.

배심원 평의를 위해 휴정에 들어간 법정은 그로부터 3시간30분이 더 지난 뒤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재판이 길어지자 배심원 1명은 평의 직전에 배심원 자격을 포기하고 귀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이날 재판이 뇌물수수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때문이다.

뇌물수수 사건은 뚜렷한 증거 없이 진술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꺼려 일반 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A씨의 유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은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무수히 제시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이를 토대로 9명의 배심원은 3시간이 넘는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피고인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게임물 제작ㆍ판매업자의 진술만 있을 뿐 금융자료나 장부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심리를 맡은 이동훈 부장판사는 "수원지법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뇌물수수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으로 우리 법원과 배심원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