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장손에 대한 예의 아냐" VS 삼성 "선영에 정문 없어, 생트집일 뿐"

상속재산을 두고 촉발된 삼성과 CJ의 갈등이 선대회장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추모식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24년 간 범 삼성가의 가족행사로 치러진 추모식은 올해엔 그룹 별 개별행사로 다소 쓸쓸하게 진행됐다. 이재현 CJ 회장은 삼성 측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추모식에 불참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일 오전 10시40분께 자신의 마이바흐를 타고 추모식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근처 선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과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추모식 1시간 전 한옥(이병철 생가)에 올라 식 진행 사항을 살폈다.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도 일찌감치 선영을 찾았다.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및 부사장단 80여명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 일행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추모식을 갖은 뒤 한옥에 들러 식사를 하고, 12시20분께 용인 선영을 떠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창업주의 추모식은 삼성, CJ, 한솔, 신세계 등 범 삼성가 일원이 모두 참석하는 가족행사로 치러졌다. 그러나 추모식 전 행사를 주관하는 삼성호암재단 측이 올해 별도의 가족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뜻을 전달했다.

당초 이재현 CJ 회장은 이 회장의 참배가 끝난 뒤인 오후 2시께 선영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불참하기로 했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 측이 정문 출입과 한옥 사용을 막은 것은 장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불편한 감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 고위 관계자는 "삼성 쪽에 우리 입장을 몇 차례 전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이재현 회장은 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선영에는 정문, 후문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한옥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생트집"이라고 반박했다.

이재현 회장은 대신 이날 저녁 9시께 서울 필동 CJ 인재원에서 별도의 제사를 가진다. 이 자리에는 범 삼성가 가족들이 대부분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 측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올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확한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과 CJ의 갈등은 지난 2월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이재현 CJ 회장의 부친)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것에서 비롯됐다. 추모식을 앞두고는 정문 출입, 한옥 사용 등을 놓고 양 측의 감정 골이 깊어졌다.

한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은 삼성과 CJ의 관계를 고려해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