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판결…1심 뒤집어

친일 행적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이 낸 행정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을 뒤집고 취소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당국의 취소 결정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첫 판결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나머지 5건의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서울고법 행정4부(성백현 부장판사)는 독립유공자 김우현, 이항발 선생의 후손이 "서훈 취소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각하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황을 종합하면 당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문서로 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정했고, 이에 대한 통보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보훈처는 단지 이를 유족에 통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인데, 국가보훈처의 통보는 단지 대통령의 취소결정과 이에 따른 훈장과 훈장증의 환수를 알리는 것이어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사 통보를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더라도 당시의 관련 절차는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졌고, 서훈 취소를 대통령이 결정했으므로 국가보훈처장은 피고가 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010년 4월 국무회의를 열고 `언론인 장지연과 윤치영 초대 내무장관 등 독립유공자 19명의 친일행위가 확인됐다'며 이들의 서훈 취소를 의결했으며, 이에 불복해 포우(抱宇) 김홍량의 후손 등이 모두 7건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헌법과 상훈법에 훈장은 대통령이 수여하는 것으로 규정된 만큼 서훈 취소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면서 "권한 없는 국가보훈처장이 서훈을 취소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