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해임 舊이사진 1심 승소…재단 "부당한 판결, 항소"

학내문제와 비리로 해임된 한국외국어대 구(舊) 이사들이 6년간의 관선 임시이사 체제에서 선임된 정식이사와 이들에 의해 임명된 현직 이사의 선임이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구 이사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윤종수 부장판사)는 한국외대 구 재단이사 박승준(75)씨 등 3명이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를 상대로 낸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시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선임하는 임시 위기 관리자로, 그 권한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도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임시이사에 의해 선임된 정식이사나 이들에 의해 선임된 현직이사 8명의 선임 결의 역시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단 측은 2004년 정식이사 선임은 재단 설립자 부인 이숙경 당시 이사장과 교육부 장관 간의 학교 정상화 이행약정서 및 행정법원의 조정권고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 3명과 다른 이전 이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단과 학교 측은 "행정법원의 합의 조정을 번복하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3명 모두 2004년 정식이사 선임 전 이미 이사직을 상실한 사람들로 당시 재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설립자가 소송의 당사자였던 '상지대 대법원 판결'과 똑같이 해석하는 것은 형식 논리에만 치우쳐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1998년 재단 이사 비리 및 총장 선임 문제로 교수·교직원 간 반목과 수업 거부 등 진통을 겪었다.

그러자 교과부는 특별감사를 벌여 재단이 입시비리에 관여하고 법인 예산을 유용하거나 학사행정에 부당 간섭하는 등 탈법·파행 운영한 것을 확인하고 당시 이사를 모두 해임했다.

이사장의 조카이자 실질적인 재단 운영자였던 박승준씨는 공금횡령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외대는 교과부에서 파견한 관선 임시이사 체제를 지나 2004년 공영재단을 설립하면서 재단 정상화의 길에 올랐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 송사로 학내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원고측 대리인인 신동윤 변호사는 "사학에서 발생한 문제로 교과부와 임시 이사진이 위임받아 행사한 막강한 권한에 법원이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홍국기 기자 nomad@yna.co.kr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