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없고 신변 위협 우려까지…변호 기피
국선 변호인은 피해 변호사와 같은 건물 근무, 사임 가능성


"동료 변호사를 찔렀는데…."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변론을 맡은 변호사를 흉기로 찌른 조모(47)씨를 법정에서 누가 변호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광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위해 A 변호사가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A 변호사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선 변호인 순번에 따라 조씨를 변호하게 됐다.

그러나 양측 모두가 서로를 꺼려 A 변호사가 1심 선고까지 조씨와 동행할지는 불투명하다.

조씨는 A 변호사와 면담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는 "개인적 양심상 조씨에게 도움은 주고 싶다"면서도 "조씨가 억울해하는 부분은 이해하되 직업적 관점에서 보면 (흉기에 찔린)변호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설명했지만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 사건을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여기고 어떤 악한 사람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더 면담해보겠다"고 덧붙였다.

A 변호사는 피해 변호사와 같은 건물에서 활동해 왔으며 학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까운 동료를 흉기로 찌른 조씨를 적극적으로 변호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A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싶어도 조씨가 사선 변호인을 구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변호를 맡아야 한다.

조씨의 국선 변호인에서 사임하려면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조씨가 기소되지 않은 탓에 재판조차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변호사들도 변호를 기피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조씨 측은 지역의 명망 있는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수임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변호사들은 혹시 자신에게 조씨 측이 찾아오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조씨는 피해 변호사뿐만 아니라 과거 무고사건 재판에 관여한 다른 변호사들에게도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며 상습적으로 찾아가 불만을 쏟아내고 선임료를 돌려받기도 했다.

광주 지방 변호사회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바 있어 회원으로서 '테러범'을 변호하겠다고 선뜻 나설 수도 없다.

법원에서는 최근 변호사 등 재판 당사자의 경비를 강화할 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여겨 설사 변호를 맡는다 해도 재판에서 조씨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변호사로서는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고 결과에 따라서는 신변 위협을 받을 걱정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필요적 국선' 사건에 해당해 누구든지 변호사 1명은 울며 겨자먹기를 해야 한다.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제도란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피고인에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일 때, 법정 형이 단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사건 등이 그 대상이다.

단, 조씨가 사선 변호인을 끝까지 구하지 못하고 국선 변호인마저 거부한다면 변호사 없는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조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지산동 모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변호사와 사무장을 흉기로 찔러 구속됐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