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경미화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에서 고령자의 취업을 가로막는 나이 제한을 대부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사무보조원 등 무기계약직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아이돌보미 등 정부사업 일자리의 정년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19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를 열어 11만70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연령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8개 정부사업에서 6만5000개 △환경미화원 등 기간제 근로자 1만5000개 △이통반장에서 3만7000개의 일자리에 대해 고령자들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고령화에 맞춰 연령규제 대폭 개선

이번 조치 중 눈에 띄는 점은 불합리한 연령상한선을 대폭 없앤 것이다. 환경미화원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별로 40세에서 60세의 근무연령 상한선을 두고 있다. 또 산림청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55세를 넘겨서 일을 할 수 없다. 이 밖에 아이돌보미(65세) 해외봉사단(62세) 초·중·고 전문상담사(65세) 해외봉사단(62세) 국립공원지킴이(48세) 등의 일자리도 일정 연령 이상의 취업이나 고용을 차단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1980년 66세에서 지난해 81세로 대폭 늘어나면서 기존의 연령제한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나이를 기준으로 고용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개별 지원자의 체력조건 등을 따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어촌 지원과 자원봉사, 환경보호 등 28개 정부사업에서만 약 6만5000개의 일자리에 대한 연령규제가 사라지게 됐다.

정부는 또 기관별로 57~60세로 다른 사무보조원 등 무기 계약직의 정년을 6급 이하 정규직 정년연장 기준에 맞춰 60세로 연장했다. 이와 함께 전국 55개 지자체에서 일선 행정조직인 이·통·반장에 대한 연령제한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12개 지자체는 연령제한을 완화하기로 결정해 노령층에게 모두 3만7000개의 일자리 기회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부산시 8개 지자체와 인천시 3개 지자체, 경기도 성남시와 평택시는 지역적인 여건을 이유로 연령제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부머의 대량은퇴에도 대비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714만명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대량 은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8%는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고령자들의 일자리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을 연내 조속히 시행해 파급효과를 제고하고 법령, 조례개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과제를 내년 상반기 안에 완료키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결정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정년연장 논의와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공공부문의 기간제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이들의 소득보전을 위한 차원”이라며 “젊은층 일자리 문제와 연관된 정규직 정년연장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