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체 맥락없이 사진만 보고 음란물 판정 부적절"
`표현의 자유 인정 vs 인터넷 음란물 부추겨' 논란도


남성의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법상 음란물 유포)로 기소된 박경신(4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고려대 교수)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18일 박 심의위원에게 벌금 300만원으로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박 교수의 인터넷 게시물이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게시물은 사회통념에 비춰 전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사상적·학술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보통신법이 규정하는 `음란한 화상 또는 영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진들 아래에 정보통신심의규정을 소개하면서 이를 음란물로 판단한 방통심의위 다수 의견에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만큼 전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게시물의 전체 내용과 맥락을 검토하지 않고 사진만 떼어내서 음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음란물 게시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란성에 관한 논의에 국가 형벌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같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특정 표현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려면 문학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가 전혀 없이 오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고 볼 정도여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박 심의위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흥분되나요?'라는 제목으로 남성 성기 사진 7장과 벌거벗은 남성의 뒷모습 사진 1장을 올리고 방통심의위의 음란물 심의를 비판하는 견해를 나타냈다.

1심은 박 심의위원이 성적 도의에 반하는 음란물을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에 고의로 게시해 정보통신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