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하반기 랠리를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자산운용사는 줄곧 차익실현에 주력해왔다. 2분기 중 부진했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본전을 회복한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그러나 ‘실탄’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종목들은 꾸준히 사들였다. NHN 아모레퍼시픽 한국전력 유한양행 CJ대한통운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중장기 성장성이 양호하다는 호평 속에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NHN·아모레퍼시픽 등 집중매수

코스피지수는 7월 하순 외국인의 컴백으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8월부터 펀드 환매가 본격화됐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선 8월 1조1862억원, 9월 1조7348억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자산운용사들은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익실현에 나섰다. 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순매도한 8월9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총 3조3637억원어치의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기아차 현대차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주로 팔았다.

운용사들은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일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NHN. 총 16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리온(665억원) 아모레퍼시픽(581억원) KT(559억원) GS(530억원) 한국전력(407억원) 엔씨소프트(388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운용사의 ‘러브콜’에 힘입어 최근 주가도 급등했다. 오리온 주가는 8월8일 대비 13.93% 올랐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도 24% 뛰었다. CJ(31.47%) 유한양행(22.74%) CJ대한통운(24.71%) 역시 코스피지수 상승률(4.83%)을 웃도는 오름세를 보였다.

◆중장기 성장성 높은 종목 주 타깃

자산운용사들의 매수 타깃이 된 종목들은 올 들어 실적이 부진했지만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거나, 중장기적인 성장세가 돋보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NHN은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라인’의 해외 가입자 급증이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대만 등지에서의 선전 덕분에 라인 가입자가 지난달 6000만명을 돌파했다”며 “라인 덕분에 NHN은 단순 검색 및 게임 서비스 업체에서 모바일이 가미된 플랫폼 서비스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 KT 유한양행 CJ대한통운 등은 올해보다는 내년 실적 회복이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16.5% 증가하는 등 실적이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KT는 마케팅 경쟁 심화 탓에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월 대비 36.4% 급감한 것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16.2%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 증가 덕분에 전체 매출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한양행의 경우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신규 도입 의약품 매출이 700억원 수준에 그쳤는데 내년에는 1800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마케팅 비용은 큰 증가가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올해 예상 대비 2.1%포인트 개선된 6.2%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