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문구업체 비핸즈(옛 바른손카드)는 온라인 그림쇼핑몰 ‘그림닷컴’을 인수했다. 그림닷컴은 미국 독일 등 10여개국의 아트프린트 업체와 제휴를 맺고 미술품을 직수입하는 쇼핑몰. 비핸즈는 이를 통해 해외 작가들의 그림을 판매하고 있다. 또 저작권이 없는 한국 고유의 민화도 재현해 팔고 있다. 청첩장과 카드를 만들어 판매하던 이 업체가 미술 사업에 본격 뛰어든 것은 본업인 카드산업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내 문구업체들이 성장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체질개선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핸즈는 물론 모나미, 모닝글로리 등 전통의 문구 강자들이 사업 다각화와 제품군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산화 등으로 볼펜, 노트와 같은 정통 문구류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국내 문구시장 규모는 4조원 수준이며 매년 평균 10%씩 줄어들고 있다.

비핸즈의 경우 모바일 청첩장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카카오톡을 통해 모바일 청첩장 전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모바일 청첩장 이용자도 매달 평균 15%씩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모나미는 볼펜 등 문구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유통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엔 문구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이른바 ‘문구편의점’을 선보였다. 매장 명칭은 ‘알로달로’. 학생들이 하굣길에 이곳에 들러 문구용품을 살 뿐만 아니라 삼각김밥, 도시락, 음료수 등을 사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현재 매장 수는 17개이며 하루 평균 고객 수는 300~400명에 달한다. 이제일 모나미 마케팅 팀장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때 안정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연말까지 매장 수를 50개로 늘리고 사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닝글로리는 최근 제품군을 크게 늘리고 있다. 기존엔 필기구, 노트 등을 주로 판매해 왔지만 생활용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선풍기 등을 적극 개발해 진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친환경 원단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를 사용한 실내화와 우산도 만들고 있다.

사무용품을 유통하는 드림오피스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품목 수도 늘렸다. 또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3~4% 수준에 불과했지만 개편 이후엔 20%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온·오프라인 상의 제품 코드를 일치시킨 ‘X1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문구시장이 위축되면서 업체들이 색다른 전략을 내세우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며 “업체들 간의 생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