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일본의 '경제 압박' 카드…국내 증시 어떤 영향?
최근 독도 문제를 빌미로 일본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압박용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와 증시 내부에서도 이런 수단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일단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경제압력 수단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한 국제시각은 부정적이다. 국제시각은 ‘두 가지 원칙(two track)’에서 본다. 정치와 경제, 이성과 감정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갈수록 국제시각이 일본에 대해 불리하게, 심지어 일부 일본 언론까지 자국 정부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이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자국 내 정치와 관련한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국제시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당시 집권당인 자유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등 자산붕괴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지 못하자 수권능력과 관계없이 일본 국민들의 변화 요구 속에 탄생한 것이 민주당 정부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일본의 '경제 압박' 카드…국내 증시 어떤 영향?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간 나오토 정부는 이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잇달아 조기 하야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노다 정부도 초기에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엔고 저지책을 추진했지만 유럽위기로 오히려 엔화가 초강세 국면에 들어서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최후의 보루로 소비세 인상을 들고 나왔지만 일본 국민들의 저항이 커지면서 지지도가 28%대까지 떨어져 사실상 ‘좀비 정부’로 전락한 상태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먼저 들고 나온 것이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또는 협정 파기 압력이다. 현재 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는 700억달러다. ‘제2선 외환보유액 확보’라는 한국의 요구와 일본의 엔화 강세로 작용하는 과다 외환보유액 활용 목적이 맞아떨어져 지난해 10월 현 수준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됐다.

극단적으로 이 협정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포함한다면 4000억달러가 넘는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출하는 방법은 국제통화기금(IMF), 기도티, 캡티윤 방식 등 다양하지만 최광의 개념인 ‘캡티윤 방식’대로 추정한다면 3700억달러 내외로 나온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없더라도 커다란 영향이 우려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경제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유럽위기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까지 포기한다면 초강세 국면으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1990년대 중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 당시처럼 일본 경제가 초(超)엔고에 따른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한국 국채 매입 보류 등과 같은 한국 내 일본계 자금의 회수가 그 다음으로 들고 나온 카드다. 외국자금 회수에 따른 투자대상국의 영향은 규모와 투자 필요성, 자금의 성격 등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채권과 주식까지 포함한다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1.5% 내외에 불과하다.

필요성 여부도 일본의 요구에 의해 투자된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 국민들은 장기간 경기침체와 소비세 인상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단순한 ‘저축’에서 벗어나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중시하던 안정성과 함께 새롭게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삼아왔다.

한국은 국제 자금흐름에서 ‘코메리카(Kormerica: Korea와 America의 합성어)’라 불린다. 그만큼 신흥국에선 한국, 선진국 가운데선 미국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을 나타내는 크레티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는 지난해 말에 비해 40bp(1bp=0.01%)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도 2014년 만기물 기준으로 70bp 이상 떨어졌다.

국가신용등급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무디스는 올해 4월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 등급은 한국보다 약 두 배나 잘사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 내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도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는 공공단체나 금융회사보다 민간이 많이 소유하고 있다. 민간 자금이라도 순수 일본인보다 재일동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일본 정부의 경제압력이라는 의도에 맞춰 한국을 떠나갈 가능성이 적다.

결국 일본이 독도 문제를 빌미로 경제압박용 카드를 들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한국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영향이 적다고 해서 ‘해볼테면 해보라’ 식의 대응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최선책은 일본이 경제압박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도록 양국 간 관계를 원만하게 복원하는 일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