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 성폭행 전과자의 흉악한 재범. 최근 흉포한 칼부림과 성폭행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생,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불안에 빠져 있다.

정부는 2007년 사회 문제로 제기된 성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성범죄자를 감시, 관리하는 조치로 위치추적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착용 제도를 도입했다.

활동 반경을 제한한 최소한의 사회 격리와 재범시 조기 대처의 개념이다.

그러나 성범죄 전과자의 잇따른 강력 범죄로 이마저 '무효론'이 힘을 얻고 있다.

'위치추적기에 불과하다',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등이 그것이다.

이런 가운데 24일 의미 있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의정부지법은 이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42)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아 실형을 피할 수 없다"고 엄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직장에서 자꾸 해고되자 홧김에 그랬다'는 등 피의자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선고 형량을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형량이다.

그러나 전자발찌의 최대 목적인 재범 방지 취지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리는 최근의 범죄 양상을 고려하면 '약한 처벌'이라는 게 법조계 주변의 지적이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2차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40대 남성이 여주인을 흉기로 위협,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

범인은 전자발찌를 찬 채 버젓이 범행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음식점 여주인을 강제추행해 실형을 산 50대가 역시 전자발찌를 찬 채 이 여주인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가 구속됐다.

울산에서도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또 다른 여성을 성폭행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는 모두 2천109명이다.

이중 36명(1.7%)이 전자발찌를 훼손해 처벌을 받았다.

처벌 수위는 평균적으로 징역 4~6개월에 그쳤다.

지금까지 최고형은 징역 10개월이다.

2010년 11월 부산지법에서 7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고 착용 1주일 만에 전자발찌를 훼손한 박모(27)씨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지금의 범죄 양상을 고려하면 '약한 처벌'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전자발찌 추적기를 잃어버린 뒤 신고하지 않아 기소된 이모(43)씨에게 징역 4개월의 형을 확정했다.

이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처벌이 가볍다고 판단, 벌금형 대신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처벌이 강화돼 형량을 높여 실형을 선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벌은 범죄의 동기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범죄의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범죄를 저지르게 마련이다"라며 "전자발찌 훼손은 수감자의 탈옥과 같은 것으로 법원이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