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 출간 이후 지지율이 빠진 것은 지지층이 겹친다는 의미로 단일화되면 안 원장의 지지층이 고스란히 저한테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문 후보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안 교수를 킹메이커로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관료에게 포획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순환출자 전면해소 공약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신축적으로 하더라도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당내 경선에 대한 전망은.

“박준영 전남지사가 사퇴한 것처럼 순회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경쟁을 통해 정리될 것이다.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민심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경선으로 진행되면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안 원장의 책 출간 이후 문 후보 지지율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1 대 1 대결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다자대결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안 원장으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안 원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깨뜨렸고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중간층 무당파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어냈다. 지지층이 겹치는 만큼 단일화되면 안 원장 지지율이 고스란히 제게 옮겨올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었나.

“세상을 보는 관점과 문제의식, 방향성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위해 DJP연합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 의원과 단일화했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단일화 연대도 도모했는데 생각이 비슷한 안 원장과 못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형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 방문이면 좋겠다. 정말 국민통합의 의지가 있다면 아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과거 유신독재 정권하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 후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미래를 얘기하자”고 했는데.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역사인식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이를 현실 속에서 실현해내는 균형감각이다. 미래비전은 역사인식에 달려 있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는 것은 과거의 독재를 찬양하는 역사인식이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철학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게 불통의 리더십을 낳는다.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 없이 어떻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가능하겠는가.”

▷순환출자규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재벌 총수 일가가 아주 적은 지분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고 민주적이지도 않다. 박 후보는 신규순환출자만 규제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용인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순환출자 해소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해외투기자본에 팔린다는 주장은 과잉방어논리다. 환상형 순환출자의 마지막 연결고리만 끊어주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3년간의 유예기간 내에 해소하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신축성 있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정부조직 개편에도 반영할 생각인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하고 정부의 정책기능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를 중단하고 중소기업의 정책금융을 관장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메가뱅크 신화에 사로잡혀 은행들이 지방은행을 없애고 통폐합했는데 지방은행은 지방 중소기업들의 은행문턱을 낮추는 순기능이 있다. 지방은행을 적극적으로 되살려야 한다. 정책과 감독기능을 한데 모아놓는 금융위원회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처럼 공공부문이 취약한 나라에서 ‘작은 정부론’은 아주 잘못된 미신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가계부채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명박 정부가 가계부채를 위기 수준으로 키웠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큰 실책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정책이다. 처음부터 강도 높은 종합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당시 관료들은 부동산 가격을 잡되 연착륙 또는 현상유지를 위해 찔끔대책을 내놓았다. 노무현정부가 가졌던 한계를 거슬러서 평가해보면 관료들에게 포획된 점이다. 대통령은 관료들이 어떻게 자기 이익을 관철해나가는지 메커니즘을 꿰뚫어봐야 한다. ”

김형호/이현진 기자 chsan@hankyung.com

문재인 후보 약력

△1953년 경남 거제 출생 △경남고·경희대 법학과 △22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9대 국회의원(부산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