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 도입 후 성범죄 2천733건 첫 전수 분석
檢 "죄질 중할수록 구형 의존도 커진다"

2009년 7월 양형기준 제도가 도입된 이후 판사의 선고 형량이 검사가 요구한 구형량의 25∼78%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대검찰청이 최근 펴낸 `구형과 양형 간의 관계 및 양형 편차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양형기준이 처음 시행된 2009년 7월1일부터 지난해 10월10일까지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2천733건의 선고 사례를 실증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비록 2년여간 성범죄에 국한된 것이지만 양형기준을 만든 이후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 수준에 대해 전수조사해 비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은 양형기준이 처음 적용된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ㆍ배임, 위증, 무고 등 7개 범죄 중 성범죄(52개 죄명) 사건 전체(2천737건 중 구형 정보가 없는 4건 제외)를 형량별로 10개 구간으로 나눠 구형과 선고를 비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의 구형량이 1개월 늘어나면 판사의 선고 형량은 0.25개월(죄질이 가벼운 사건)부터 0.78개월(죄질이 무거운 사건)까지 올라가는 등 비교적 큰 편차를 보였다.

죄질이 가장 중할 경우 선고량이 구형량의 78%까지 반영한 셈이다.

구형량 1개월 증가는 형량 하위 10%인 사건에서 선고량을 0.25개월, 하위 25%에서 선고량을 0.36개월 각각 상승시켰다.

반면 형량 상위 25%에 드는 사건에서는 선고량이 0.61개월, 상위 10%에서는 선고량이 0.78개월 각각 올라갔다.

검사의 구형보다 판사의 선고 형량이 큰 사례는 조사 대상의 4.8%(131건)에 그쳐 판사는 대부분 검사의 구형량에서 일정 수준의 `할인'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사의 구형 수준은 판사의 양형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주며 형량이 높아질수록 판사는 검사의 구형량에 더 의존한다"며 "이는 형량이 높을수록 판단 착오로 인한 위험과 심리적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찰은 "이번 결과는 성범죄 사례만 분석해 여타 범죄까지 일반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판사의 양형 부담 해소와 법관에 따른 양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다 명확한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관에 따른 양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양형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범죄의 양형기준을 도입하고 있으며 3기 양형위가 지난 4월 출범해 선거ㆍ교통ㆍ상해ㆍ폭행ㆍ협박 등의 양형기준 마련을 연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