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건강식품에 식사접대까지…'금품 살포' 시공사 선정 무효
‘30만원짜리 압력밥솥 제공, 관광, 식사 접대, 홍삼액 화장품 등 선물 제공….’

일부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에게 금품이나 향응 공세를 펼치는 행태가 법원 판결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2부는 서울 상계2재개발구역의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총회결의(시공사 선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상계동 자력2구역 17블록 1로트 일대에 아파트 2019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2010년 지명 경쟁 방식으로 입찰을 공고, S사와 G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법원은 “컨소시엄이 법으로 금지된 조합원 개별 홍보를 하는 등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했다”며 “2년 전 시공자 선정 총회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시공사 선정 총회 두 달 전부터 조합원에게 금품과 식사 등을 제공하며 개별 홍보활동을 했다. 2010년 6월에는 조합원 400여명을 서울 합정동 모델하우스에 데려가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커피포트 냄비세트 등의 선물을 제공했다. 또 같은달 말 3차 대의원회의를 앞두고는 대의원들에게 따로 식사를 접대하고 선풍기 홍삼액 등을 나눠줬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안건 상정이 대의원 회의에서 한 차례 부결되자 양사는 고가의 화장품을 제공하는 등 향응 제공 수위를 높였다.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을 상대로 선풍기 화장품 우산 등을 제공하면서 개별 홍보활동을 벌였다. 시공사 선정 총회 당일에는 관광버스 5대를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총회 참석을 유도했다. 또 총회에 참석하면 30만원짜리 압력밥솥까지 주겠다고 홍보하고, 실제 3억3000만원 상당의 밥솥을 총회장에 비치했다.

재판부는 “다른 입찰 참여 업체인 D사는 현장설명회에서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구두 설명만 했고 K사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개별 홍보 등이 입찰의 공정을 해하고 조합원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항소를 한 상태라 향후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