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금리기조를 변화시킬만한 특별한 사유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국내 경제의 양면성이 존재하는 등 최근 여러 변화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복지정책을 고려하면 3.1~3.2%정도가 된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존의 '금리 정상화' 기조 뿐 아니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서는 금리 인하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 지역의 경제 상황 뿐 아니라 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상황 변화도 주요 변수라는 게 김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탈퇴 가능성 등으로 유럽 지역 재정위기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는 이미 우리 경제에 상당부분 반영된 면이 있다"며 "우리 경제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는 유럽보다는 중국이나 미국, 다른 신흥경제국들과 같은 주변 국가를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대해 김 총재는 "중국의 결정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상승하면 국내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의 물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화를 찾으면서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7인 체제'로 재편된 후 두 번째 열린 이날 회의에서 금리인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날(7일) 2008년 1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1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이 대체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소비와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로 전환하면서 미약하나마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며 "고용 면에서는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취업자수의 증가세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경제는 점차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해외 위험요인 증대 등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내리 12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