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카드 해외사용 사상 두 번째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외 카드 사용액이 사상 두 번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는데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인당 사용금액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국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카드 해외 사용액은 22억7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5.2%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13.7%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3분기(22억9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337만명으로 전 분기(303만명)보다 11.3% 증가했다. 해외에서 긁은 신용카드 수로 산정한 사용 인원도 489만명으로 2.7% 늘었다. 다만 1인당 사용금액은 464달러로 2.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504달러)보다는 7.8% 감소한 것이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이런 통계에는 다소의 착시가 있을 수 있다”며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때도 결제는 해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1인당 사용금액이 많이 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 종류별 국외 사용 비중은 신용카드가 67.4%로 가장 많았으며 체크카드(17.7%) 직불카드(14.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 중에서는 체크카드의 1분기 사용 비중이 전 분기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9.2%)했다.

반면 지난해 외국인(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10억8000만달러였다. 외국인 입국자 수가 줄어든 탓에 사상 최대였던 전 분기(11억9000만달러)보다 9.0% 감소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준 대신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내 여행수지 적자폭은 한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분기 여행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4분기 6억8300만달러에서 16억4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