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이 잦은 필자는 출장 중에 짬이 나면 그 도시의 공원을 자주 찾는다. 시내 한가운데 공원이 많아 잠시 머리를 식히고 기분 전환을 하거나, 간단한 점심을 먹기에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원의 잔디는 늘 개방돼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는 것이 참 좋고 항상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혹시 있는 공원에도 ‘잔디 보호’ 차원에서 출입금지 구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공원이나 잔디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외국의 공원에서 예외 없이 많이 볼 수 있는 ‘동상’에 관해서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치인, 발명가 그리고 기업가의 동상이 외국의 공원에는 참 많이도 있다. 얼마 전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에 회의가 있어서 출장을 다녀왔다. 시내 한가운데는 멋진 공원과 르네상스풍의 아름다운 시청 건물이 있었는데, 건물 꼭대기에 필라델피아시를 창립한 윌리엄 펜의 동상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게 흥미로운 것은 시청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존 워너메이커의 동상이었다. 그는 현대적인 백화점의 창시자이자 현대 비즈니스의 개척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만일 한국에서 광화문에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상을 놓자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상이 보여주는 현실은 ‘역사나 업적에 대한 존중과 박수’에서 우리 사고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 사람의 장점과 업적은 훌륭하지만, 이런 단점과 비리도 있더라” 하면서 단점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인식, “이 사람은 비록 단점이 있지만,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며 동상을 만들고 칭찬하는 서양식 사고방식의 대조가 동상에서 반영되는 것이리라.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는 우리나라의 교과서가 조선왕조가 500년 만에 멸망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데서 극치를 이룬다. 당파싸움, 쇄국정책 등…. 하지만 같은 시대에 500년을, 정확하게 1392년에서 1910년까지 518년을 이어온 역사가 대한민국 말고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518년을 이어온 왕조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으며,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나?’라고 보는 시각이 더 옳지 않을까? 긍정의 역사를 통해 비평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 역사관이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자크 위즐은 자수성가한 100명의 백만장자들을 조사한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사람과 시대의 좋은 점만을 본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점을 칭찬하고 인정하면 우리나라의 공원에도 더 다양한 인물들의 동상이 앞으로 자리하게 되지 않을까?

장준근 < 나노엔텍 사장 jkchang@digital-bi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