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홀 돌면 녹초…월 400만원 넘어도 '싫다'
최근 신설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골프장들이 캐디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국내 골프장의 18홀 적정 캐디 수는 60명 선이다. 최근에는 50여명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지만 이마저 충족하는 곳은 드물다. 지난해 국내 최고가 회원권값을 자랑하는 남부CC(18홀)가 35명의 캐디로 버틸 정도로 심각한 ‘캐디 구인난’에 시달렸다.

캐디가 부족하면 현재 인원이 재투입돼 ‘투 라운드(36홀)’를 하게 된다. 캐디 입장에서는 한 라운드에 10만원의 캐디피를 받으니까 하루에 20만원의 벌이가 가능한 셈이다. 대부분의 캐디들이 두 차례 손님을 최소한 주 3~4회 이상 맞는다. 1주일에 5일만 일해도 100만원의 수입이 보장되고 월 400만~500만원의 고소득도 올릴 수 있다.

이런 일자리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레이크사이드CC의 김모 캐디는 “매일 36홀을 돌다보면 무릎에 골병이 든다. 최근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은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1년도 안돼 그만둔다”고 말했다.

고재경 360도골프장 본부장은 “여성 혼자 4명의 스틸아이언을 들고 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미숙한 캐디는 한 골퍼당 3개씩 총 12개의 클럽을 들고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서울CC의 한 캐디는 “36홀 라운드를 버티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처럼 돈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송백임 서원밸리GC 캐디는 “최근에는 몇 달간 캐디를 하면서 돈을 번 다음 놀러 다니거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외진 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해야 하는 근무 환경도 젊은 캐디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주요 골프장들은 경력 캐디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6홀 골프장을 운영하는 경기도 이천 솔모로CC의 캐디 인원은 85명이다. 주말에는 152팀을 받고 있어 거의 전원이 매일 2라운드를 뛴다.

36홀 돌면 녹초…월 400만원 넘어도 '싫다'
박철세 솔모로 팀장은 “초보 캐디들과 라운드하고 난 고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캐디피를 내는데 서비스에 차이가 나다 보니 경력이 오래된 캐디들에게 골프장에서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스트밸리 등 일부 골프장에서 캐디피를 12만원으로 올린 것도 캐디들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다. 조선족 캐디도 등장했다. 롯데스카이힐제주CC가 조선족 캐디 2명을 썼고 취업 비자 만료로 이들이 돌아간 후엔 중국인(한족) 캐디 1명을 쓰고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 조선족 캐디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아예 캐디를 쓰지 않는 골프장도 속속 생기고 있다. 경기도 포천의 락가든GC와 군산CC, 떼제베, 실크리버 등 일부 골프장의 ‘노 캐디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종현 군산CC 이사는 “5월부터 노 캐디제를 시행 중인데 아직은 카트까지 오가며 클럽을 갖고 오는 걸 어색해 하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연말에는 직접 끌고 다닐 수 있는 손수레 카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