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일반기업의 연결재무제표처럼 국가재무제표를 처음으로 작성한 결과 국가부채가 774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의 62.6%에 달하는 규모다. 종전 방식으로 산출했을 때의 국가부채(지방정부 포함)가 420조원, GDP의 34.0%인 것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국제기준(발생주의)을 적용하다보니 국가가 고용의 대가로 지불의무를 갖는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연금충당부채 342조원이 새로 추가돼 수치가 급증했지만 실제 차입성 부채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설명이다.

이번에 산출된 국가부채는 국가가 지불 책임을 져야 하는 부채를 모두 반영한 것도 아니다. 종전 방식대로라면 국가부채로 잡혀야 할 지방정부 부채가 빠진 것을 비롯해 만성적자인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기업과 최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범위를 국제기준보다 좁게 잡고 있는 탓이다. 이런 부분을 모두 합치면 실질적인 국가부채가 훨씬 커질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정치권은 지금도 퍼주기 복지 입법에 여념이 없다는 점이다. 재정부가 총선 전인 지난 2월에 잠정 집계한 것만 해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복지공약을 시행하려면 앞으로 연간 43조~67조원씩 5년간 모두 220조~34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복지 예산 증가분이 6조원 수준이니 최대 10배를 넘는 셈이다. 여기에 여야 정당들은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돈을 뿌리자는 법안들을 제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적용, 0~5세 보육·양육비 지원 등을, 민주당도 반값등록금, 무상보육·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도 재정건전화 문제는 생각도 안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사실상 매표(買票)에 불과한 포퓰리즘 공약과 입법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정부조차 연기금 개혁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공무원과 군인연금 등 수급자와 현 재직자에게 줘야 할 연금이 342조원이라지만 이보다 큰 국민연금은 얼마나 될지 추산하기도 겁난다. 정부 전망으로는 2059년, 학계에서는 이보다 빠른 2049년에 가면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된다는 판이다. 국민연금 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매년 조단위를 지원하는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 설명대로 국가부채가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어나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재정이 거덜나게 생겼다. 정치를 흔들어 깨워야 하는 언론조차 요새는 대중추수요 황색 저널리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