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현관 앞은 ‘만원’이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장과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현판식에 참석하러 온 이들이다. 이 재단은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은행연합회 회원사 20곳이 돈을 모아 만 39세 이하의 창업자나 창업 준비자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행사 직후 같은 건물 9층에 마련된 재단을 찾았다. 이제 막 집기를 마련한 듯 어수선한 사무실에 직원 서너 명이 오가고 있었다. “은행들이 최고 5000억원까지 돈을 출연한다는데 보증·대출·투자비율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들이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우리는 그런 문제는 잘 모르고 은행연합회 담당자에게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청년창업재단은 오랜 준비 끝에 만들어진 재단이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19일부터 이틀간 전국을 돌며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서민금융 1박2일’ 행사에서 은행들이 돈을 갹출해 ‘청년창업지원펀드’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뒤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만들어졌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청년창업특례보증’ 제도를 참고한 뒤 보증료율만 0.5%에서 0.3%로 낮췄다. 보증부 대출 금리를 은행별로 조금씩 더 낮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우리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정부자금을 지원 받아 지난 3월 시작한 ‘청년창업대출’의 금리가 연 2.7% 수준인데 이보다 더 낮출 순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청년드림투자로 이름붙여진 직·간접투자 부분은 더욱더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직접투자에 나설 만큼 검증된 청년기업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민간투자자와 매칭투자한다거나, 민간창업투자펀드에 돈을 넣어 간접투자하는 방안에 대해선 관계자들조차 “정부보다 민간이 훨씬 까다로운데 과연 대상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재단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높은 분이 하겠다고 하시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도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다양한 제도가 나와 있는 터에 ‘SD(김석동 위원장의 영문 이니셜)표’ 제도를 하나 추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